외환위기 직전 1996년과 현재 흡사, 위기에 선제 대응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의 구조조정이 금융권, 중공업에 이어 전자를 제외한 전 계열사로 확대되고 있다.
인력 재배치로 시작된 구조조정은 희망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시각까지 대두되고 있다. 삼성은 IMF 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1년 앞두고 구조조정을 단행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5일 삼성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진행되는 사업재편과 함께 비대해진 조직의 몸집을 줄이는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외환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1996년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됐던 시기와 흡사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현 상황은 지난 1996년과 비슷하다. 1996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 연평균 17% 성장 등의 성과를 내며 신경영 이후 처음으로 내부에서 '위기'라는 말이 사라졌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1위를 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잘 나가던 1996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샌디에이고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고삐를 좼다.
이 회장은 "반도체가 조금 팔려서 이익이 난다 하니까 자기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저 자만에 빠져 있다"고 질책했다.
샌디에이고 회의 직후 삼성그룹은 향후 3년간 원가 및 경비의 30%를 절감하고 사업구조 재편, 인적 구조조정 등 비상경영에 돌입해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이 회장은 반도체 외에 나머지 사업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도 성공에 도취한 삼성 사장단을 질책했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의 성공으로 인해 당시와 동일한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데쟈뷰에 가깝다.
1996년 당시 삼성전자 소속으로 샌디에이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위 임원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1996년과 2014년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라는 품목만 바뀌었을 뿐 앞으로의 큰 위기를 암시하고 있다"면서 "96년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닥칠 위기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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