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5일) 정대협과 프랑스 파리서 수요집회…독일·체코 전쟁지역도 찾기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심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입니다."
일본의 고노담화 검증 발표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청년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희망나비'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유럽 4개국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반전 운동을 벌이는 '나비의 꿈' 프로젝트를 16박17일간 진행한다. 활동 셋째 날인 25일(현지시간) 에펠탑이 올려다 보이는 프랑스 파리 인권광장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수요집회를 개최한다.
지난 22일 출국을 앞둔 김형준 나비의 꿈 단장(27)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25일에 집회를 여는 만큼 전쟁이 없는 세상, 전쟁을 허용하는 그 어떤 문화도 용납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질 것"이라며 "평화와 인권의 목소리가 더 넓은 장소에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인권광장에서 수요집회가 열리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두 번째다.
총 54명의 참가자들은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 독일, 체코로 옮겨가며 전쟁터, 학살지 등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지역을 순회한다. 다음 주부터 독일의 브란덴부르크문, 프랑스의 유럽의회 본부 등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참가자 대부분이 20대인만큼 행사장 분위기는 밝고 유쾌하다. 김 단장은 "아리랑을 경쾌한 리듬으로 편곡한 '셔플아리랑'에 맞춰 단체로 율동을 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일 것"이라며 "모두들 발바닥에 땀이 날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고 전했다.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국에 150만명의 서명이 전달된 '세계 1억인 서명운동'도 이어나가고, 만화가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와 함께 나비 걸개그림 그리기 행사도 진행한다. 나비는 고통을 극복하고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한다.
최근 고노담화 검증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번 유럽기행에 동참하는 세계인들이 있어 김 단장의 발걸음은 가볍다. 일본인 평화운동가 테라시타 타케시(63)는 간간이 수요집회에 참석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도 함께하게 됐다. 그는 2010년 안중근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일본 미야자키에서 서울까지 2500㎞를 도보 행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출신의 끌레흐 알비 음악다큐멘터리 감독도 자신의 15살 아들과 함께 나비의 꿈 일원으로 나섰다. 그는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번 여정을 향후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계획을 전했다.
출국하기 전 포부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김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기행이 단순히 경험이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그 인생의 전환이 나비들의 날갯짓이 되어 역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우리와 함께 행동해 주세요."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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