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임자 72명 복직명령 등 곧바로 후속조치…교육계 분열 예고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합법적으로 노조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교육 현장에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이날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다는 1심 판결이 나오자 교육부는 바로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판결이 학교 현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난도 일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들, 교육부 조치 거부할까= 교육당국은 판결 직후 바로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4시께 ▲7월3일까지 노조 전임자 72명 복직 명령 ▲노조사무실 지원 중단 ▲단체교섭 중지 및 해지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등을 밝히고 시·도교육청이 이를 이행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결에 앞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이 일제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만큼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측은 교육부의 후속 조치 발표 직후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짧게 논평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며 "전교조 편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 판결로 야기될 혼란을 고려해달라고 탄원서에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청연(인천), 장휘국(광주), 최교진(세종), 민병희(강원), 김병우(충북) 등 전교조 출신 8명을 비롯한 13명의 진보 교육감들은 이번 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과 그에 이어진 교육당국의 행보는 1989년 창립부터 지금까지 25년간 교육현장의 한 축을 이뤄온 전교조의 존재를 '법의 테두리'만을 잣대로 일시에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왔지만 사학 비리 폭로나 권위적 학교문화 타파 등에 힘써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단지 '해직교사 9명'을 빌미로 '노조 아님'을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조희연 당선인은 탄원서에서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면 교육 현장의 다양성이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한다"며 "교육의 현장에는 전교조의 지혜도 필요하고, 교총의 지혜도 필요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 관계자는 "전임자 복직 여부나 노조 지원비 등 교육감에 위임된 권한은 어디까지나 '합법노조'에 한한 것"이라며 "이미 합법노조가 아니라고 판결이 난 전교조에 대해 교육감들이 당국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교육감들에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해, 교육부·교육청 간 공방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까지 파장 커질 듯= 전교조는 판결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원은 사용자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된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했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송두리째 부정했다"며 "사법부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고 비난했다. 전교조는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와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에 들어가는 동시에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국제사회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철회와 교원노조법 개정을 이미 수차례 권고했고, 긴급개입(intervention)에 나서기도 했다. 세계 172개국 401개의 회원단체로 이뤄진 국제교육연맹(EI·Education International) 또한 판결 전날인 18일 "한국의 교사들이 기본적인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 노동 기준을 존중하길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I는 3000만명의 교사와 교직원을 회원으로 두고 한국교총, 전교조 등이 가입해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원노조 연맹체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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