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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세상을 바꿀 1.4㎏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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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세상을 바꿀 1.4㎏의 우주 임현호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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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천문학적인 거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했다. 인류는 12명의 인간을 6차례에 걸쳐 달에 올렸고 그 기간 동안 약 400㎏의 달 암석을 지구로 가져왔다. 이 과정을 통해 액체연료 기술, 로켓 추진체 기술, 레이더 기술, 컴퓨터 과학, 합성 재료 기술, 정보통신 과학 등 다양한 신기술을 발달시켜왔다. 이러한 우주개발 사업을 통해 인류가 만들어낸 투자대비 효용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공표하면서 "인류가 은하를 탐구하고 미립자를 규명하고자 하는 현재까지도 풀지 못하고 있는 '두 귀 사이에 있는 1.4㎏'의 신비를 푸는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와 그보다 8~9배 많은 신경교세포(글리아)의 동적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동적 네트워크라 함은 이러한 신경세포 및 교세포 간의 연결(연접ㆍ시냅스)이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해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경세포들은 이러한 연접의 재구성, 기존 연접의 강화 및 약화를 통해 복잡한 동적 신경회로망을 구성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신경회로망의 동적 형성을 통해 학습하고 기억을 만들어낸다. 판단하고, 운동을 조정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감각을 느끼는 모든 인지ㆍ정서 활동은 이러한 신경회로망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러한 고위 인지 기능이 1.4㎏의 우주 안에서 정확히 구현되는지 묻는다면 누구도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바마의 선언은 이러한 화두에 답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이다. 최근 많이 이야기되는 뇌 지도 작성은 이러한 신경세포 간 연접 형성의 기본 설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올해 약 1100억원을 뇌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의 뇌 연구 투자액 대비 2%에 불과한지만 지난 4년 사이 1.7배나 증가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만큼 앞으로 뇌 연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우리나라도 뇌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뇌 연구가 다른 기술 분야에 비교할 때 기초연구 및 원천기술확보가 시급한 태동기이며 이러한 특성상 응용 및 실용화 연구가 더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뇌 과학은 기초과학, 심리학, 의학, 공학 등의 다른 학문분야와의 융합학문으로 뇌 연구에 대한 투자는 연관 기술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창출을 가능케 한다. 2007년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선정한 미래 유망 10대 기술 중 3개의 뇌융합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이를 잘 웅변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순진무구한 아이에서 출발해 삶을 정리할 황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뇌질환에 마주하게 된다. 뇌 연구를 통한 뇌에 대한 이해와 뇌질환의 이해를 통한 제어법의 개발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아니면 곧 다가올 미래에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한 삶에 대한 인류의 최소한의 요구다. 동시에 인간의 무한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과 더불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 현재 투자하는 '두 귀 사이의 우주'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30년 내에 1대 100 이상의 투자 효용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예측한다. 이를 위해 뇌 연구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해 본다.


뇌는 인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노령인구의 증가로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는 물론 장기적으로 뇌에 대한 접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 등으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임현호 한국뇌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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