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오늘 아침 러시아 팀을 상대로 첫 경기를 치렀다. 후반전 이근호가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어 출근길 시민들을 환호케 했다. 러시아에 동점골을 허용해 1대1로 비겼지만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빛나는 한판이었다.
상대적 약체팀으로 평가받은 우리 대표팀이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하면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쏜 것은 큰 수확이다. 경기 내내 우리 팀이 보여준 탄탄한 기량과 성실한 플레이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으리라 믿는다. 남은 조별예선 두 게임에서도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기를 바란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 국민에게 심기일전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월드컵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후 두 달이 넘도록 슬픔과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에게 숨 쉴 틈이 돼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허술한 시스템과 무책임한 리더십에 절망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 경질을 포함한 정부의 개각 과정에서 우리 사회 엘리트층의 편협한 사고방식과 상습적 규칙위반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자조의 분위기마저 퍼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의 페어플레이와 선전은 가라앉은 국민의 마음을 다시 건져올릴 것이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악마는 '즐겨라, 대한민국(Enjoy it, Reds)!'을 공식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붉은악마는 '즐긴다'는 표현은 '웃고 떠들자'는 게 아니라 '승패를 떠나 매 순간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즐기자'는 뜻이라며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념과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가 있다. 즐겨야 할 때 즐길 줄 아는 것은 무엇이든 도전하고 극복하는 데 힘이 된다. 특히 축구는 룰을 지키는 가운데 개인기를 팀워크와 잘 결합해야 이길 수 있는 단체스포츠다.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선전해 국민 모두 박수치면서 우리 사회의 팀워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책임회피ㆍ편법축재ㆍ병역기피ㆍ논문표절 등 '더티 플레이'를 일삼아온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염치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까지 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