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싱글콘은 백원입니다"라는 유머 아닌 유머가 있었다. 원래 "솔직히 말해서 싱글콘은 맛있습니다"라는 광고를 패러디해서 만든 것인데, 썰렁해 보이는 그 표현엔 날렵한 풍자가 숨어있다.
광고는 거짓말이라는 오래된 콤플렉스가 작동했음직한, '맛있습니다'는 그러나 솔직하지 못한 혐의가 있다. 일방적인 찬사만을 늘어놓을 수 있는 광고 모델이 어떻게 그 제품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있겠는가. 속지 않는 소비자에게 '솔직'을 팔아 한번 더 속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백원입니다'는 솔직할 필요도 없는 것이기에 우습다. 누가 백원 아니라 했나? 그러나 저 '솔직히 말해서'에는 모든 것에는 에누리가 필요한 '뻥튀기 사회'의 통증이 숨어있다. 우리가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건 고작, 저 제품이 백원이라는 사실, 그 정도일 뿐이다.
솔직이란 말은 결코 투명하지 않은 인간의 마음의 살을 유리처럼 만들겠다는 욕망의 표현이다. 솔직의 솔(率)은 안팎이 같은 것이고 솔직의 직(直)은 앞뒤가 같은 것이다. 가식이 없는 진심은 '솔'이고 세월 가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게 '직'이다. '맛있습니다'는 모든 먹거리 광고가 내세우는 위대한 컨셉이고, '위대한 공약'이기에 늘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솔직함이란, 어쩌면 지혜를 가진 인간이 가장 갖추기 어려운 미덕인지 모른다. 인간의 '겉속'은 늘 차이가 나기 쉽고 인간의 '앞뒤'는 늘 슬쩍 틀려지기 쉽다. 겉속을 속이는 가식이나, 앞뒤가 달라지는 변덕은, 어쩌면 약하되 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이 겪는 깊고 오래된 번민인지 모른다. 싱글콘 패러독스는 '신'이 인간을 혼쭐내기 위해 불어넣어놓은 원천적 결함이나 약점같은 것이다. 자신의 이런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타인의 온갖 잘못들을 바라보는 눈이 분명해지고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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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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