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최근 국내 출시된 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에 대해 일부 사용자들이 결함이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방수폰’임에도 제품에 눈으로 확인할 정도의 틈이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후관리를 맡은 소니코리아는 이 문제로는 불량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소니 엑스페리아Z2를 구입한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 결함을 호소하고 있다. 4K급 고화질 동영상을 촬영할 때 과열이 발생하거나, 수신감도 막대가 불안정하고 통화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전면스크린 유리와 테두리의 알루미늄 프레임 사이에 틈새가 벌어져 있는 ‘유격현상’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불량문제가 제기된 엑스페리아Z2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전면부 상단 오른쪽과 하단 왼쪽에 종이가 들어갈 정도의 단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엑스페리아Z2가 ‘방수·방진기능’을 최대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엑스페리아Z2는 수심 1.5m의 물에서 30분 동안 담근 뒤 건져내도 정상 작동되는 ‘IP58’ 규격이 적용됐다. 제품에 틈새가 있는 경우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그러나 소니코리아에서는 최근 전국 서비스센터에 ‘유격현상에 대해서는 제품 교환을 해 줄 수 없다’는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소니코리아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전문기사에게 교품을 요구한 결과, “본사의 지시에 따라 틈새 문제에 대해서는 불량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공문을 내려보냈는지에 대해 확인을 유보했지만 “유격은 교품 사유가 아닌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유격현상은 방수 문제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 소니의 공식 입장이며, 이와 별개로 자체 결함에 의해 침수된 제품임이 확인될 경우 무상으로 교품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 문제는 국내에 앞서 출시됐던 해외 시장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싱가포르 정보기술(IT) 매체 ‘싱가포르하드웨어존’은 지난 4월 “엑스페리아Z2의 틈새 문제에 대한 불만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면서 “소니모바일싱가포르 측이 해당 문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며 사용자들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방수 테스트를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소니 엑스페리아Z2는 자급제로 출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KT와 SK텔레콤의 프로모션을 통해 예약 판매 대수가 전량 매진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자급제로 선보인 스마트폰들이 삼성전자·LG전자·팬택이 출시하는 최신형 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제품은 ‘갤럭시S5’나 ‘G3’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춘 데다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국내외 제조사를 대상으로 자급제 스마트폰 출시 활성화를 추진해 왔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부실한 제품의 사후관리가 자칫 모처럼 개선된 자급제 휴대폰에 대한 인식을 다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방수폰에 틈새가 있는데 교환을 거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처사”라면서 “한동안 스마트폰 경쟁력에서 뒤처졌던 소니가 양강체제인 국내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면 기본적인 사후관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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