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새누리당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공천 개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 달 14일 선출되는 새누리당의 새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쥐게 된다. 때문에 당내 영향력도 직전 대표에 비해 훨씬 더 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 유력 인사들이 대거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서청원·김무성 의원도 '공천 개혁'을 주요 어젠다로 내놨다. 이해당사자인 의원들로서는 공천 문제가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서·김 두 의원 모두 '상향식 공천제 정착'을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 전당대회 때마다 '공천 개혁' 약속이 되풀이됐던 만큼 의원들의 표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많다. 맨 먼저 7·14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김영우 의원이 서·김 의원을 향해 "선거캠프 사무실을 차리지 말고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포기한다고 미리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천권을 내려놓는 실질적인 조치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는 의원들의 줄서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두 의원 모두 이런 당 안팎의 여론을 의식해 자신을 '공천 피해자'라 강조하면서 공천 개혁을 거듭 약속했다.
서 의원은 10일 "공천권은 당원에게 귀속돼야 한다"며 "공천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공천)과정이 왜곡되지 않고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힘 있는 당 지도부에 의한 일방적인 공천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공천권이 권력투쟁의 수단이 되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며 "'공천 학살'의 대표적인 예였던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겨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같은 날 "그동안 공천권을 갖고 정치인 개인의 철학과 소신이 억압됐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당을 위해 충성을 바친 동지들을 쳐내는 것인데 그동안 쭉 그렇게 해왔고 그 피해자가 나"라며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총선에서 자신이 잇따라 공천에 탈락한 문제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11일에도 "당헌·당규에는 오래전부터 상향식 공천이 보장돼 있었지만 선거 때마다 당 권력자가 (공천권을) 휘둘러왔다"며 "내가 당 대표가 돼 공천권을 권력자로부터 빼앗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드리도록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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