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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첫 재판, 선장 및 승무원들 살인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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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가라앉는 배에 승객들을 둔 채 탈출한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와 항해사들이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두고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살인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선장 이씨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선장 측 국선 변호인은 "선장 이씨가 사고 직후 가능한 구호조치를 이행했으며, 배가 심각하게 기울어 구호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경과 다른 선원들에게 구조된 이씨에게 잘못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씨의 혐의를 부인했다. 구호조치 소홀 등의 잘못은 인정되지만 살인 혐의 적용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박모 기관장에 대해서도 "상관으로부터 교육받은 대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고, 공황상태에 있다가 다른 승무원과 해경에 의해 구조된 피고인에게 잘못한 것 이상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마찬가지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모 1등 항해사 측 국선 변호인 또한 "피고인이 운항관리규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지만 조타실에서 나가기 전에 해경이 도착한 사실을 알고 원활한 구조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고 퇴선해 승객 구조를 하는 등 해경 요청에 적극 협조했다"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김모 2등 항해사에 대해서도 "선장의 지시 없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2등 항해사에 불과해 35분경 해경이 도착했을 때 해경조차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기 의무의 이행 가능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운항의 핵심 역할을 맡은 이준석 선장과 1·2등 항해사, 기관장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11명에게는 유기치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들이 배를 버리고 달아날 경우에는 수백 명의 승객이 숨질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면서도 탈출을 감행했고 관련 법률과 운항관리규정에 규정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를 인지하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해경, 선사와 교신하고 탈출하기까지 40여분 동안 퇴선 명령을 비롯한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은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승무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법률 개념상 직접적인 살해 행위가 아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일부 동료 승무원들이 다친 것을 목격하고도 이들을 구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 근거로 들고 있다. 승무원들의 교신 내용과 생존자 진술 등도 살인죄 적용 근거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변호인이 살인죄 적용 법리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재판 과정에서 법규 해석과 법리 적용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여부와 사망자 전원을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당시 검찰은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이날 시간 제한으로 다 듣지 못한 손모씨 등 4명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는 다음 기일에 이어진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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