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철수 프로젝트혁신본부장, 안전사고 줄이기 위해 훈련과 책임의식이 밑받침돼야
-"매월 4일 안전의 날엔 현장근로자자 일일 총책 맡죠.. 안전비용 아깝단 생각 버려야"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해외에 연간 1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기술을 수출하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건설사에게 중요한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는게 오히려 적절하다. 발주자가 원하는대로 정해진 기간 안에, 보다 싼 값으로 높은 품질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목시설물이든 건축물이든 온갖 자연환경에 노출된 채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이 참여해 장비를 움직이면서 시설물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풍요로운 삶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예기치 않게 안전사고를 맞닥뜨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많은 인력이 투입된 채 넓은 구역에서 작업이 이뤄지다보니 어느 한순간 방심하면 치명적인 인명사고를 부를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형 건설사일수록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날마다 수백곳에 달하는 크고작은 건설현장을 관리하는 건설회사의 안전을 담당하는 조직의 최고 임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대형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겁니다.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입니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건설현장에서 제몫을 다하는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아니겠습니까."
윤철수 현대건설 프로젝트혁신본부장(사진)의 얘기다. 윤 본부장이 이끄는 다소 낯선 이름의 조직은 국내와 해외에 소재한 현장의 공정과 품질, 안전관리를 책임진다. 10여년 전 만해도 안전환경팀 정도로 운용됐으나 안전의 중요도가 커지며 본부급으로 격상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의식한 듯 윤 본부장은 "다른 산업에 비해 사고가 많기 때문에 '감성안전 의식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오늘 할 일은 무엇인지, 그 작업 중 위험한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를 서로 얘기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야 미리 예방조치를 할 수 있고 사고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매월 4일이면 CEO가 직접 챙기는 '안전의 날' 행사를 합니다. 이때 각 현장에서는 현장근로자에게 사회를 보도록 해요. 총괄안전관리자가 돼 보면 느낌이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현대건설은 건설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현장근로자에게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게 해주는 방식을 활용한다. "사실 오랜시간 현장에 있게 되면 익숙해지게 되죠. 그래서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위험성을 잊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몇십년 이런 일 해왔는데 별일 있겠느냐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안전장치 없이 오가거나 간밤의 일을 되뇌이며 위험한 곳에 무방비로 가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윤 본부장은 일선 현장근로자들의 생각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시스템도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전관리는 회사 만이 아닌 사회적인 책무"라고 말한 윤 본부장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비용을 아깝지 않게 여기는 의식전환이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왠만한 건설사들은 시스템을 잘 갖춰놓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다 잘 갖춰져 있어도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게 윤 본부장의 생각이다. 훈련도 실제처럼 임해야 비슷한 상황에서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5월 초엔 모든 현장에 안전관리 강화 공문을 배포한 데 이어 정수현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주요 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했다. 응급상황 행동요령 리플렛을 제작해 비상대피도를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 구조활동 등의 연습도 늘렸다. 견본주택에서는 화재 등에 대비해 비상대피 방법을 먼저 안내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에서 진지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의 사고율 저감 목표는 어떻게 될까. 윤 본부장은 "올해 목표는 중대재해 제로"라고 단언했다. "몇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닙니까. 한 명이라도 중대사고가 나면 저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제로가 답입니다." 11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땀이 깃든 계동 본사사옥에서 화재 비상대피훈련에 나선 윤 본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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