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미국)=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압박을 견뎌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은 18일(한국시간) 열리는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기기 위해 '탈 압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맞춤형 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서 열린 전지훈련 4일째 훈련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훈련을 했다. 경기장 절반만 사용해 다섯 명씩 편을 가른 뒤 공을 뺏기지 않고 밀집 수비를 벗어나는 훈련이다. 이
어진 9대 9 연습경기에서도 한쪽 골대를 중앙선에 설치하고 공격진이 좁은 지역에서 득점기회를 만드는 과정을 관찰했다. 중원에서 뛰는 선수들은 상대편 수비가 달려드는 상황에 대비해 낮고 빠른 패스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김태영 코치(44)는 "경기 종료 3분 전"이라는 가상 상황을 설정해 집중력과 훈련의 박진감을 높였다.
홍 감독은 초반 이틀 동안 수비 조직력을 점검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나 훈련 3일째부터는 공격 전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비진부터 미드필더까지 원터치 패스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선수들은 공을 주고받기 위해 부지런히 빈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무의미한 백패스에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홍 감독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28ㆍ울산)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골키퍼 쪽으로 공을 보내자 "앞으로 하라"며 호통을 쳤다. 기성용(25ㆍ스완지시티)과 구자철(25ㆍ마인츠) 등을 거쳐 측면으로 향한 전진 패스는 좌우 크로스와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손흥민(22ㆍ레버쿠젠)과 이청용(26ㆍ볼턴), 지동원(23ㆍ도르트문트)과 김보경(25ㆍ카디프시티) 등 날개 공격수들이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팀이 공 들이고 있는 전술훈련은 러시아의 역습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홍 감독은 숙소에서 러시아의 최근 경기 영상을 분석하며 전력을 탐색했다. 비디오를 본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러시아의 조직력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중앙 미드필더 박종우(25ㆍ광저우 부리)는 "조직력이 탄탄하고 역습이 빠른 팀이라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영(24ㆍ가시와 레이솔)도 "전방에서부터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팀이라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라고 했다.
최종 명단 23명을 자국 리그 출신으로 채운 러시아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선수들의 호흡이 장점이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인 빅토르 파이줄린(28ㆍ제니트)과 로만 시로코프(33ㆍFC 크라스노다르)의 압박이 좋다.
좌우 측면 수비수인 드미트리 콤바로프(27ㆍ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 안드레이 예쉬첸코(30ㆍ안지 마하치칼라)도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힘을 보탠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봉쇄하고 역습으로 득점하는 능력을 갖췄다. 유럽 지역예선 열 경기에서 기록한 스무 골 가운데 다섯 골을 역습으로 넣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44)은 "러시아의 기본 전략은 '선수비 후역습'이지만 1승 상대인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공격에 무게를 두고 전방에서부터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도 러시아와의 경기에 사활을 걸고 상대의 강한 압박을 역이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원터치 패스로 상대가 달려들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다. 상대 측면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 전술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흥민은 "러시아가 역습이 좋고 조직력이 뛰어난 만큼 위험 지역에서 모험적인 패스는 삼가야 한다"면서 "중앙 돌파보다는 측면 공격에 무게를 두고 주어진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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