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원유 수출로는 부족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화학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요국인 중국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칫 우리 석유화학 산업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사우디 석유화학산업 성장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000년 이후 석유화학산업을 육성,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석유화학 제품 생산 능력은 8642만t으로 중동 지역 최대 석유화학 생산국이다. 2010년 이후 석유화학 산업에만 약 375억달러, 한화 38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우디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에탄을 원료로 조달하고 있는데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나프타 보다 저렴해 높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화학기업인 SABIC(Saudi Basic Industries Co.)은 정제시설을 거치지 않고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 기술에 3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민간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미국의 엑손모빌과 쉐브론, 다우케미칼, 일본의 쓰미모토, 미쓰비시, 유럽의 바스프, 쉘, 중국의 시노펙 등 외국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과 미국 등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데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화학협회에 따르면 미국내 에탄 분해설비 등을 포함해 110개 신규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며, 총 투자규모는 7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나프타가 아닌 석탄자원을 석유화학에 적용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국영석유기업 시노펙의 자회사인 세노펙 엔지니어링그룹은 지난해 11월 석탄에서 추출한 메탄올을 원료로 올레핀 제품을 생산하는 플랜트 건설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정부는 세계 최대 매장량과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석유화학분야 세계 3위 생산국 부상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석유화학제품 판매의 50%나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목전에 와있다는 지적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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