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민주주의의 대가는 비싸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희생이 크다는 의미 외에도 실제 민주주의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6ㆍ4 지방선거에서 사회적으로 지불된 비용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 쓰일 예산으로 9141억원을 책정했다. 투표 및 개표 과정에 소요된 금액 외에도 정당에 지원하는 선거보조금(415억원), 후보자들에 대한 선거비용 보전금(4999억원) 등이 합산된 금액이다.
예산에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선보인 사전투표 장비 등을 구매한 비용 등이 포함된다. 정부 예산안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쓰인 장비 구입에 202억원이 소요됐다. 정당 보조금으로는 415억원이 지급했다. 정당별로 받은 금액은 새누리당 186억원, 새정치민주연합 175억5000만원, 통합진보당 32억9000만원, 정의당 20억8000만원 순이다.
선거공영제 원칙에 따라 후보자들이 선거에 집행한 돈의 일부를 보전금으로 돌려주는 선거 보전금 4999억원도 포함됐다. 전액 지방비로만 집행되는 보전금은 후보자 숫자와 선거비 사용액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순수하게 선거관리 및 정당 지원에 쓰이는 돈은 4142억원 규모다.
보전금 외에도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집행하는 선거비용 역시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회가 직간접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후보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쓰는 선거비용은 인구수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선관위에 의해 제한되는데,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경기도지사 후보자는 선거비용으로 41억7000만원을 사용할 수 있고, 서울시장 후보자는 37억3000만원까지 집행할 수 있다.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모든 후보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 총합은 8401억원이었다.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실제 선거비로 사용했다고 신고한 금액은 6514억원으로 선거비제한액 대비 실제 지출액 비율은 77.5%다. 후보자들이 신고한 선거비용 가운데 선관위는 3394억원을 보전금으로 되돌려줬다. 후보자들은 3120억원가량의 선거비용을 자비 또는 정치후원금으로 부담한 셈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 지난 선거에 비해 인구수 2.8%, 물가상승률 7.9% 늘어난 점을 반영할 경우 후보자들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용한 선거비용은 7300억원(추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3800억원(추정)을 보전금으로 지원 받더라도 실제 부담액은 3500억원(추정) 가량은 본인 또는 정치후원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올해 선거가 세월호 침몰 참사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조용한 선거가 치러졌다 하더라도 정부예산, 보전금, 선거비 자비 부담액을 합할 경우 1조원 이상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소요된 것이다.
이같은 추산에는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선거자금과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대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비용이 더해질 경우 민주주의의 대가는 더욱 커진 셈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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