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1일 오전 8시40분 서초구 양재2동 포이동성당 입구. 조은희 새누리당 서초구청장 후보의 남편 남영찬 변호사(56)가 성당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조 후보의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운동화에 노타이 차림으로 다니고 있지만 피곤한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 변호사는“명함을 받아주는 시민들을 만나면 너무 고마워서 신이 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혹 명함을 외면하는 시민들도 만난다.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고 인사라도 건넨다.
남 변호사의 ‘외조’가 조은희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남성 후보의 부인이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후보의 남편은 후보의 취약점을 보완해주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재향군인회 등 남성 중심의 단체회원들을 만날 때는 남 변호사의 존재가치가 더욱 빛난다.
남 변호사는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대전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법복을 벗은 뒤 수년간 기업 경영에 몸담았으며 지금은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 있다.
그는 평소에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처음 할 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남 변호사는 “처음에는 손이 잘 안 나가더군요. 그러나 사나흘 하고 나니 손이 절로 나갑디다” 어깨띠도 처음에는 어색해서 목걸이로 대신했다가 선거중반부터 착용하고 다닌다. 유교문화의 본산인 안동 출신답게 몸에 밴 겸손과 온화한 말씨 덕분에 나름의 호소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남 변호사가 길거리에서 중년 여성들에게 조 후보의 명함을 건네면서“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면 무심히 지나가지만“제 처입니다”라고 덧붙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돌려 관심을 표명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캠프 사무실로“조 후보는 아직 못 봐서 모르겠는데, 오늘 부군을 보고 (조 후보를) 찍기로 했다”는 전화가 종종 들어온다.
남 변호사는 평소 조 후보의 사회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 서로의 업역을 존중해 준다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나 조언을 구하는 점에 대해선 언제든지 자문에 응해준다. 앞으로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는 “되도록이면 많은 여성들이 마음놓고 직장생활을 하고 훌륭하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을 때 한국의 국격은 올라가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 이를 위한 정책들을 잘 실천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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