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대웅제약 창업자인 윤영환 회장이 600억원대의 회사 지분을 모두 사회재단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약업계 사회공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약업계 창업주 상당수가 재단을 운영하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제약업에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공익적인 성격이 있고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업자 정신도 강한 편이라 오너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영환 회장은 640억원 규모의 ㈜대웅과 대웅제약의 보유지분을 모두 출연해 석천대웅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장학사업 위주의 대웅재단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석천대웅재단은 의약과 생명과학 등 전문분야의 지원사업을 주로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의약업 발전에 공헌을 한 사람이나 질병 극복을 위한 우수 연구 인재 육성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윤 회장께서 평소 측근들에게 기업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준 우리 사회에 사재를 환원하겠다는 뜻을 간간이 밝혔다”며 “석천대웅재단 설립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영환 회장의 이번 재산 출연은 제약업계 오너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적극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평가다. 제약업계 창업주 상당수는 재단을 운영하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꼽힌다. 강 회장은 회갑이던 1987년 “남은 인생은 사회에 봉사할 생각”이라며 학술장학재단인 수석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강 회장은 지속적으로 사재를 출연해 수석문화재단은 지난해 기준 160억원대의 자산을 갖췄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2007년 사재 50억원을 출연해 노인 및 저소득층 건강지원 복지재단인 보령중보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당시 김승호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수행하는 것이야 말로 지난 50년 동안 보령을 사랑해준 모든 고객들의 신뢰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호 JW중외제약 회장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00억원 규모의 JW중외제약 지분을 중외학술복지재단에 수차례에 걸쳐 출연했다.
2009년 타계한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은 보유했던 녹십자홀딩스 지분의 대부분을 가족이 아닌 사회복지법인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전 회장의 보유지분 규모는 500억원대에 달했다.
제약업계 창업주들이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것은 국민 건강을 추구하는 의약품 사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제약업계의 특성상 창업자들의 사회공헌 의지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주들이 친목 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사회공헌 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기부 문화를 지속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국내 산업계에서 유일하게 창업주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알려진 모임은 '팔진회'라는 창업 1세대 친목 모임이다. 팔진회는 강신호 회장을 비롯해 이종호 회장, 윤영환 회장, 김승호 회장,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 허억 삼아제약 회장, 유영식 전 동신제약 회장 등이 활동한다. 창업 2~3세대 모임인 약미회도 있다.
약미회는 김영진 한독 회장과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등 제약업계 젊은 최고경영자(CEO)들 20여명이 주축으로 활동한다. 약미회 멤버들도 창업 1세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회공헌 재단 유지와 발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친목 모임에서 업계 정보도 공유하고 사회공헌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임에 다녀온 뒤에 경영 관련 지시를 임원들에게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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