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 신냉전 시대, 러시아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계아이콘01분 29초 소요

[데스크칼럼] 신냉전 시대, 러시아 입장에서 바라보기 이진수 국제부장
AD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新)제국주의자일까 아니면 자국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 지도자일까. 외신들은 일방적으로 '러시아 때리기'에 바쁘다. 이는 물론 외신 매체 대다수가 서방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러시아의 시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한 번 들여다보면 어떨까.


지난해 9월 푸틴은 세계 전역의 러시아 전문가들을 초대했다. 그는 이들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우리는 러시아라는 나라의 뿌리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닿아 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정신ㆍ역사ㆍ문화를 공유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하나다."

당시 독일 등 유럽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권에서 빼내 유럽연합(EU)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푸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의 의중을 간파하고 이를 차단할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러시아 병사들이 크림반도, 그중에서 특히 세바스토폴과 케르치 같은 '영웅적인 도시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어갔다고 연설했다.


노벨 평화 수상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은 서방에 "크림의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는 러시아 제재보다 낫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외교국방정책회의의 표도르 루키야노프 의장은 "푸틴이 2007년 뮌헨 안보회의에서 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바 있으나 서방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방이 새로운 유럽 안보체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모스크바의 요구란 요구를 모두 묵살했다"며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을 이간질하려 든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의 아바타'인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도 2009년 유럽안보협약을 제안했다. 영토분쟁 가능성에 무력 사용을 금하자는 게 협약의 뼈대였다. 그러나 서방은 이도 거부했다.


푸틴의 측근들은 서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이용해 '동진정책'만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와 NATO 영향권 사이의 거리는 1800㎞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바람대로 NATO에 가입하면 거리는 500㎞로 줄게 된다.


러시아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아돌프 히틀러의 침공으로부터 그나마 러시아를 지킨 전략적 완충 거리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옛 소련이 무너진 지 8년 뒤 폴란드ㆍ체코공화국ㆍ헝가리가 NATO에 가입했다. 2004년에는 불가리아ㆍ루마니아ㆍ슬로바키아ㆍ슬로베니아 그리고 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2009년에는 알바니아ㆍ크로아티아가 그 뒤를 따랐다.


1999년 NATO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폭격하며 코소보전쟁에 개입하자 러시아는 분노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오랜 우방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NATO 회원국 영역을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푸틴은 지난 2월18일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러시아인들의 집단감정을 자극했다. 모스크바에 서방의 제재는 일종의 굴욕이다. 따라서 서방이 러시아를 막 대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맞서야 한다는 게 러시아의 민심이다.


1830년 지금의 우크라이나 동부와 발트 3국 주민들이 봉기하자 러시아의 차르는 이를 폭력으로 진압했다. 이에 프랑스는 군사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슈킨은 '러시아를 헐뜯는 자들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왜 러시아를 위협하는가. 그냥 놔둬라. 이는 슬라브족 내부의 다툼이니."


푸슈킨 시대의 러시아와 현재의 러시아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러시아도 서방의 침략이 두려운 것이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