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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의 블랙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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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의 블랙록'을 기대한다 김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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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2014)'. '세계의 경영 대가(大家ㆍguru)'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다. 2009년 '아웃라이어(Outliers)'를 통해 개인적으로 매료된 작가이다. 그는 책 제목처럼 약자와 거인과의 싸움에서는 당연히 거인이 이길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잘못된 통념이라고 뒤집는다. 기득권의 룰을 깨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온 주인공은 불리한 조건에 놓인 약자들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역사학자 아레귄-토프트의 연구에 의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투에서 약소국이 이길 확률은 28.5%라고 한다. 그런데 베트남의 게릴라전의 사례처럼 강대국의 룰을 따르지 않고 다르게 접근한 전투에서는 약소국의 승률이 63.6%까지 올라간다. 작고 약하다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볼 때 다소 역설적이지만 자신이 약자인 것이 그렇게 억울하고 운 나쁜 일로만 치부할 건 아닌 셈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을 보자. 4조1000억달러(약 4194조원)를 주무른다. 블랙록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1988년 뉴욕 맨해튼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8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25년여 만에 블랙록을 4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성장시켰다. 블랙록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만도 2500개에 이른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국내 자본시장이 배출한 스타다. 자본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박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 벤처투자로 시드머니를 만든 뒤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때마침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 회사가 내놓은 뮤추얼펀드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다. 이후 박 회장은 보폭을 넓혀 증권사를 설립하고 보험사를 인수하는 등 오늘날의 미래에셋금융그룹을 만들었다.


새삼 글래드웰의 저서와 핑크 회장 및 박 회장의 행적을 돌아본 것이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 사람이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 앞에 가로놓여 있는 위기의 계곡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점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 점프를 하지 않고는 계곡을 넘을 수 없다. 가급적 높이 뛰는 퀀텀점프라면 더욱 좋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계곡은 무엇인가. 두 말할 필요없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본시장으로 눈을 한번 돌려보자. 자본시장은 제조업체가 피땀 흘려 벌어들이는 돈의 몇 배를 컴퓨터에 앉아 벌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타워스왓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운용사로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의 글로벌 순위도 257위에 불과하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발전할 가능성과 부가가치를 늘려나갈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그동안 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던 불합리한 금융규제를 적극 풀겠다는 입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 열린 증권업계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오는 6월 증권ㆍ보험ㆍ은행 등을 포함해 업권별로 규제완화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숨은 금융규제' 찾기의 일환으로 업권별로 20여차례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우리도 명실상부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한국판 블랙록'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현대사만 보더라도 블랙록이 그랬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방이었던 호주에서도 매쿼리 같은 대형 운용사가 탄생했다. 한국도 이제 운용업계가 적극 나설 차례다. 글로벌화와 대형화에 힘써야 한다. 지금이 바로 세계 시장에서 강한 골리앗을 쓰러뜨릴 다윗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수 증권부장 kjs33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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