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국가개조와 '네 탓이오'

시계아이콘01분 51초 소요

[데스크칼럼]국가개조와 '네 탓이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AD

아직도 바닷속에 최소한 90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정성을 모아 이제 희망을 보여주자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예전부터 늘상 봐 왔던, 익숙한 풍경이다. 참사가 터지면 항상 그 마지막은 성금 모금이었고, 그걸 전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는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이르다. 성금 모금을, 희망을 얘기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깊이 절망해야 한다. 지금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가슴을 치며 더 목 놓아 울어야 할 때다. 지금 섣부르게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희망이란 이름의 거짓 희망이며, 절망으로부터 너무 일찍 탈출하려는, 그럼으로써 진정한 희망을 가로막는 희망의 적이다.

성금 모금은 우리가 그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무책임한 '탈출' 행위다.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성금 모금은 결국은 죽은 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산 자, 남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결국 산 자들이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식(儀式)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희생된 이들과 이렇게 빨리 고별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들이 내질렀을 비명과 고통을, 물이 차오르는 물속에서 오지 않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을 그 공포의 순간들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해야 할 때다.


그 호곡(號哭)과 비탄과 끔찍한 기억의 고통 속에 적나라한 우리 자신의 맨 얼굴과 직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니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보기 드문 성공사례니 따위의 환상과 착각과 자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더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야 하며 거기에서 우리 자신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진상과 실체를 발견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새로 출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에 성급한 성금 모금으로 지금 우리 자신을 쉽게 위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온 국민 성금 모금 식의 운동의 또 하나의 함정, 그것은 '책임과 권한의 사유화, 반성과 속죄의 사회화'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세월호 참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통절한 자기반성과 참회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 비극에 대한 '내 탓이오'의 반성, 누구도 그 짐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내 탓이오가 누구보다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이들, 자기 가슴을 망치로 내려치며 뉘우쳐야 할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후안무치한 이들로 하여금 내 탓이오의 순수한 마음과 온정 뒤편에 숨어서 남몰래 웃음을 짓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탓이오가 가장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이른바 '국가 대개조'를 하려는 이들일 것이다. 공장에서 규격화된 물건을 찍어내는 것과 같은 '개조' 식의 발상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그 개조 계획이 최소한이라도 성공을 하려면 그건 그 출발점을 '네 탓이오'가 아닌 내 탓이오에서 잡는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자신과 주변의 개조가 먼저다. 무엇보다 대통령 권한 책임에 대한 '비정상적 인식의 정상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 자신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에서부터 가능할 것이다. '하늘색' 옷으로써 천상의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듯이 하늘에서 이 땅으로 내려와 발을 딛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온갖 기괴하고 저급한 행태들을 보여주는 그 주변 사람들과 함께 국가개조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야말로 재난이고 참사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구폐(舊弊)보다 그 자신들에 의한 신폐(新弊)가 '적폐(積弊)'의 핵심이 아닌지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세월'이란 망각의 늪이 자신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는 것보다 세월호로부터 진정으로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