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여의도 집회 현장에서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던 이승방 씨(77)가 젊은 세대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 중 한 명으로 촛불을 들었는데 마침 카메라가 있어 담겼을 뿐"이라며 "누구라도 탄핵안 통과 당시엔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 전쟁 이후의 참화, 4·19 혁명, 80년대 민주화운동 등을 직접 겪었던 이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굴곡진 현대사가 흑백 영화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4·19 혁명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선배들을 따라 시위에 나섰다며 "경무대(현 효자동 구 청와대) 인근에서 들렸던 총소리도, 시민들이 트럭에 올라타 독재 타도를 외쳤던 절규도 또렷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또 연세대학교 65학번 신입생 때 '한일 청구권 협정 반대 운동(65~65년)'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도 계엄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돌 노래가 울려 퍼지는 등 축제 같았던 이번 집회에 대해 이씨는 "소녀시대 노래는 잘 몰라도 한국은 흥의 민족이니 자연스럽게 덩실거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대한민국이 어떠한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또다시 느꼈다"며 "우리 기성세대가 정치 선택을 잘해야 했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노인들을 미워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4일 영국 BBC 뉴스 제이크 권 기자는 엑스(X·옛 트위터)에 "1947년생 이승방씨. 그 소식이 발표된 순간"이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순간 함성을 지르는 시민들 사이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벅차오르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씨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양손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몸을 흔들며 기쁨을 드러냈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어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영어로 "독재자 윤 대통령은 이제 사라졌다. 너무 행복하다(The dictator president yoon is now disappeared. So happy)"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씨의 영상은 엑스에서 19일 기준 약 225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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