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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분노하되 길을 잃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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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분노하되 길을 잃지는 말자 박성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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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갑오년, 대한민국은 통곡의 땅이다. 절규의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다. 그리고 회한에 젖은 하늘 아래 애타는 목마름을 가진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발붙인 비루한 나라다.


국민안전과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정부 관료 중 일부는 사특한 자기네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사명도, 의무도 저버렸다. 그 관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도 열여덟 살 아이들 수백명의 못다 핀 고귀한 생명을 뒤로한 채 죽을 때까지 수백만원의 연금을 받을 터다. 침몰해 가는 여객선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은 말할 것도 없고 중고 선박을 들여와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청해진 해운도, 또 실질적 사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도 400여명의 승객들 생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당국이 찾아내지 못하도록 꼭꼭 숨겨둔 그 돈으로 여생을 누릴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자식을 잃은 어미와 아비는 마지막 눈감는 그 순간까지 애끓는 마음을 부여잡고 통곡하며, 부서져라 가슴을 칠 게다.

KT에서는 80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이제 아침 출근버스를 타지 않는다. 아니 못 탄다. 아이의 눈망울을 보며 먹먹한 가슴을 가눌 길 없는 가장이자 아빠, 엄마가 8000여명 중 얼마나 될지 따져보는 것 자체가 비통스럽다. 이들은 젊음을 바친 직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지 못하고 가슴으로 절규할 것이다.


"남들은 뭐라 해도 난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즈음, '아빠, 오늘 회사 안 가?'라는 아이의 물음에 왜 대답을 얼버무려야 할까."

대규모 희망퇴직의 단초로 지목받는 문어발 확장의 주역인 이석채 전 KT 회장은 스스로 억울할지언정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듯싶다. 이 전 회장이 재임기간 동안 받은 연봉은 희망퇴직자들에게 주어진 24개월 정도의 위로금과 견줄 수 없다. 희망퇴직자의 눈물과 한숨이 KT에만 흐르고 있다면 작게나마 희망을 노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올 들어 대형보험사에서도,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은행권에서도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로 '바람만 불지 말라'며 기도하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불공평한 세상의 일면이다. 차라리 미국처럼 경영자들의 평균 연봉이 근로자들의 110배에 달해서, 그래서 포기하면 좋으련만. 아직은 그렇지 않은 한국 땅이기에 발을 딛고 통탄한다.


피눈물은 끝이 없다.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던 투자자 5만여명은 지금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개월이 지났지만 은퇴자는 하지 않았어도 될 노후 생계대책 때문에 수심에 잠겨있고 가정경제의 기둥이 흔들릴 처지에 놓인 가족들의 심정 역시 헤아릴 길이 없다. 정말 '뜻하지 않게' 신산한 인생이 됐다. '내 잘못이 아닌데'라는 위로는 오히려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고 울분만 가슴속에서 깊어진다.


금융거래를 한 사람들이라면 이제 개인정보도 다 털렸다. 분노했고 화살을 카드사에 돌렸다. 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초대형 사고로 이 정도 사건의 피해자에게는 작은 화병(火病)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냉철하게 분노하자.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성찰의 목소리를 내질러 보자. 그러나 순수하자. 목적이 헛갈린 길 잃은 분노는 희망을 품지 못한다.


그 차갑고 무서운 바닷물에 더 이상 어린 학생들이 귀중한 생(生)을 바치지 않도록 하자.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잘못된 경영의 길을 갈 때 이를 막아서더라도 고담준론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문화를 바꾸자. 자기 몸만 아끼는 관료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도록 시스템의 개조를 외치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얽히고설킨 불편부당한 투자관행의 변혁을 이뤄내자. 다만 통곡이 정치선동과 뒤섞인다면 어리석고 비극적인 역사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에 그 순수함에 정치적 오염을 허(許)하지 말자.






박성호 금융부장 vicman120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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