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관악구청장 후보 두번째 일기...난곡로 걷다 아이들 만나 "아저씨 누구세요?" 질문받고 "구청장 "이라고 답했다 아이가 "구청장이 뭐예요?" 묻자 "관악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잘난체 하네~"하고 골몰길 사라진 아이 보며 쓴 재밋는 일기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유종필 새정치연합 관악구청장 후보의 두번째 일기 ' 잘난 체 하시네~'가 선거 운동 두번째 날인 23일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유 구청장 후보는 이날 오후 난곡로를 걸으며 어르신들도 보고 지나가던 아이들과 얘기를 나눈 것을 재미있게 풀어썼다.
그는 '난곡로를 걸어 올라가면서 주민들을 만났다.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주변을 정비하여 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더니 남녀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쉬거나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계셨다. 어르신들은 갈 곳이 없었는데, 이거라도 생겨서 좋다고 말씀하셨다. 난곡로는 이런 식으로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계시는 어르신들이 다른 곳보다 더 많은 곳이다'고 처음 글을 열었다.
이어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초등 2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과 마주쳤다. 귀엽게 보여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 중 똘똘해 보이는 한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당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 누구세요?” 아마도 이름과 구호가 박힌 색깔 있는 옷을 입고 있는 내가 예사롭지 않게 보여서 하는 질문이리라. 예기치 못한 질문에 “음, 구청장이야”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구청장이 뭐예요?” 묻자 순간 당황했단다.
어떻게 말해야 아이가 잘 이해할까? 0.1초 동안 고민 끝에 “음, 관악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나를 향해 비꼬는 어투로 “잘난 체 하시네~”고 말하고 달아나듯이 골목길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유 구청장은 '잠깐 동안에 벌어진 일이지만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며 "내가 아이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것이다. 나는 동행한 운동원들과 함께 껄껄 웃어넘겼지만 ‘구청장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머릿속으로 답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관악구의 살림을 책임진 사람? 주민의 봉사자? 머슴? 아니면 가장 높은 사람? 글쎄, ‘가장 높은 사람’이란 대답이 얼마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을까? 과장해서 말할 때는 ‘관악구 대통령’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권위주의적인 말이지만 책임이 막중하다는 면에서는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법과 조례로 보장된 권한도 막강한 편이다. 일반 주민들 입장에서는 저 멀리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
유 후보는 '일반 주민이 구청에 일이 있어서 올 때 대부분 경우 긴장된 상태일 것이다. 말단 공무원도 그들 입장에서는 대단한 상전으로 보일 수 있다. 아무리 민선시대이고, 주민은 고객이고 왕이라 해도 권력, 작게 말해서 권한, 쉽게 말해서 ‘칼자루’는 공무원이 쥐고 있기 때문'며 '모든 구청 직원이 더욱 친절해져야 하고, 구청장부터 주민의 입장에서 더욱 낮은 자세로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이름도 모르는 아이야, 고마워'라고 일기를 맺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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