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4월 제과·제빵 업종을 시작으로 그해 7월 치킨·피자, 11월 커피전문점, 12월 편의점 업종에 대한 출점을 제한하고자 마련한 릫모범거래기준릮을 2년여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 구체적인 수치기준이나 행위를 설정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모범거래기준·가이드라인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프랜차이즈 빵집·카페(500m)나 치킨집(800m), 편의점(250m)의 출점 제한 기준이 폐지된다.
모범거래기준은 제정 당시에도 영업권을 침해하는 이중 규제라며 업계의 반발이 심했으나 공정위가 이를 밀어붙였다. 공정위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2년 만에 번복되며 결국 탁상행정으로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정위가 모범거래기준 정비에 나선 것은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이 구체적 수치 기준이나 실질적으로 강제성 있는 권고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년 전 업계의 주장을 뒤늦게나마 받아들인 것이다.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제정은 행정력 낭비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부작용도 컸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도로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선보였지만 이득은 중소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들이 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릫대기업을 막으면 중소기업이 살 것릮이라는 이분법적인 규제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을 옥죄는 과잉규제는 해악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고, 이를 인식한 정부도 관련 규제를 속속 폐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빵집, 치킨집은 물론 카페에 대한 모범거래기준이 마련되면서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할리스 등의 매장 증가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
카페베네는 2010년 451개 매장에서 2011년 670개, 2012년 840개로 매년 30%씩 늘었지만 규제를 받은 이후 8% 증가하는데 그쳤다. 카페베네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엔제리너스 역시 2010년 370개 매장에서 2011년 540개, 2012년 682개로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845개로 증가율이 반토막났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할리스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반면 스타벅스는 매장이 2012년 477개에서 지난해 599개로 122개 증가했다. 모범거래기준은 가맹점포 출점 시 거리제한을 두는 규제이기 때문에 가맹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국내 카페들과는 달리 스타벅스의 경우 모든 매장이 직영점으로 운영돼 모범거래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이 스타벅스의 덩치를 키워준 셈이다.
유통업체는 공정위의 이번 거리 제한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나 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남아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동반위의 중기적합업종 역시 폐지해야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다.
프랜차이즈 빵집 관계자는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이 대폭 정비하게 된 것은 반길 일이나 영업지역보호(가맹사업법상)는 전에도 이미 도입해온 건이었다"며 "동반위의 출점 제한이 남아있어 아직 규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지난해 2월 제과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우 중소 제과점에서 도보로 500m 이내에는 점포 이전과 신설을 자제토록 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 폐지를 계기로 동반위의 거리규정 권고안도 폐지돼야 한다"며 "앞으로 정식 문서 발송 등을 통해 거리규정 권고안을 폐지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은 법적 효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었다"며 "편의점 250m 거리 제한이 폐지됐다고 해도 가맹사업법 시행령으로 인한 간접적 제재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자영업자 비율은 16%가 넘을 정도로 높은데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업종은 한정적"이라며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 프랜차이즈 빵집, 카페나 편의점 등을 택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규제하면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선택권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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