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감독 6인의 조언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져보면 안다. 지지 않는 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먼저 지고 먼저 울어본 '올드보이'들. 김정남(71)ㆍ김호(70)ㆍ이회택(68)ㆍ차범근(61)ㆍ허정무(59)ㆍ조광래(60) 등 축구대표 팀의 전 감독들은 홍명보(45) 감독에게 '지지 않는 경기'를 주문했다. 사상 첫 원정 8강을 목표로 내건 대표팀에 미드필드와 수비의 경쟁력 강화도 조언했다.대한축구협회가 20일 파주NFC(국가대표 축구트레이팅센터)에서 개최한 전ㆍ현 국가대표 감독 오찬에서다.
최고참 김정남 전 감독(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수비조직력'을 강조했다. 김 전 감독이 짚은 부분은 지난 3월 6일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이다. 한국이 2대0으로 이겼지만 김 전 감독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팀의 슈팅이 우리 팀 크로스바를 세 번이나 강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수비 집중력 저하" 탓으로 봤다. 지난 1월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져 상대에게 찬스를 허용한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홍명보호는 최근 1년간 14경기에서 17실점했다.
김호 전 감독(1994년 미국 월드컵)도 '명수비수' 출신에 걸맞게 '수비가담'을 강조했다. "공격진의 수비 가담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무대에서는 많은 팀이 전방 압박에 나서기에 공격이 차단됐을 때 즉시 수비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실점위기다. 그는 "공격진이 2미터(m)만 지연시켜줘도 수비를 정비할 수 있다"고 했다.
'중원'싸움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광래 전 감독은 '볼점유율'을 강조했다. 그는 "정교한 짧은 패스로 미드필드에서 공을 오래 소유하자"고 했다. 조 전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상대는 한국에게 반드시 1승을 따내려 할 것"이라고 본다. 이달 기준 한국의 피파(FIFA)랭킹은 같은 조에서 최하위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세 팀 중 약체로 분류되는 알제리보다 30계단이나 낮다. 상대팀 입장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을 상대로 공을 점유하지 못하면 당황한다. 이 허점을 노리자는 것이다.
차범근 전 감독(1998년 프랑스월드컵)은 모임 장소를 잘못 전달받아 이 날 도착이 늦었다. 그는 이전에 여러 미디어를 통해 수비 조직력, 그 중에도 수비 간격의 조절이 핵심이라고 강조해왔다. 허정무 전 감독(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미드필드'에서 승부가 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미드필드진은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하고 기성용(25), 이청용(25) 등 주축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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