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에서 거둔 승리는 겉모습과 달리 극적이었다. 선거 필승 수단인 조직이 변변찮은 상황에서 판세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안철수'라는 이름은 경쟁후보들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보인 반면 무소속으로 출마한 탓에 지원세력이 없다는 점은 그의 최대 약점이었다. 게다가 당시 그의 경쟁자들은 각 당에서 내세운 행정 출신의 쟁쟁한 후보들이었다. 조직력을 겸비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재보선 같이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조직을 동원한 유세가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보였다. 낮은 투표율과 조직 부재라는 이중고가 선거유세 기간 내내 따라다녔다.
그에게 돌파구가 됐던 것은 당시 새로 도입된 사전투표제도였다. 본선거 전 이틀에 걸친 사전투표는 궁극적으로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를 불렀고 인지도가 조직력을 누르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다.
지난해 재보선에서 안 대표의 정계 데뷔무대가 된 지역구 서울 노원병의 최종투표율은 43.5%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투표율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사전투표의 비중이 전체 투표의 20%에 육박했다. 이 지역 5명중 1명은 본선거에 앞서 미리 투표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이 지역 부재자투표율이 2%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배나 높은 수치다. 감히 사전투표제도의 '1호 수혜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사전투표제는 유권자 참여율이 낮은 부재자투표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안 대표 지역구인 노원병 뿐 아니라 같은 시기 재보선을 치렀던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ㆍ청양 등도 사전투표 비중이 나란히 10% 중반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투표제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6ㆍ4 지방선거가 불과 14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사전투표제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사례에서 봤듯이 사전투표제가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을 투표소에 모이게 하는 효과 뿐 아니라 투표율 상승에 따른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전국 단위로 확대되는 올해 6ㆍ4 지방선거에서는 부동층 비율이 높아진 만큼 사전투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투표율 상승이 오히려 여권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진하는 효과를 부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지방선거를 이끄는 안 대표의 사전투표 전략은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국회 입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최근 일부 광역과 기초단체장의 무리한 전략공천 여파로 당내 입지가 크게 약화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그에게도 승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안 대표는 사전투표 실시 첫날인 오는 30일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선거제도가 어떤 이변을 연출할 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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