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최근 중국 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사업자에게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 로열티를 받는 방식)을 맺고 베이징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업체 A사. 이 회사 CEO(최고경영자)를 만난 자리서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네자 대표가 의외의 답변을 했다.
"탤런트 전지현씨가 드라마에서 '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라고 말한 후 중국에서 '치맥(치킨+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 기대 좀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치맥'이 꼭 한국 브랜드일 필요는 없더라고요. KFC는 물론 중국 치킨 브랜드도 많고…. 우물안 개구리였던 겁니다. 중국 땅에서 정말 살벌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프랜차이즈 수준평가에서 2011년부터 3년 연속 '우수 프랜차이즈'로 선정된 곳으로, 지난 2012년부터 해외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당시 해외사업부 신설과 함께 중국 싱가포르 등 주요 아시아 국가서 열리는 프랜차이즈박람회마다 참석하며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일부 박람회에선 주력 메뉴인 '피자' 가 한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일절 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만 맺으면 술술 풀릴 것'이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 후, 2013년 중국 B업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고 올 3월 베이징에 가맹점을 개설했다. 이제 장밋빛 목표의 실현만 남았다고 여겼다.
현실은 달랐다. 차별화된 피자로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나마 베이징 매장의 매출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수시로 마케팅 비용 등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가맹점 확장 속도도 더뎠다. 설상가상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경쟁 업체들도 늘고 있다. A사 CEO는 "지난 9~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하기전만해도 적잖은 성과를 기대했다"며 "하지만 와보니 많은 한국 브랜드들의 참가로 우리 끼리 경쟁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본다면 참가하지 않은 게 나을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A사 CEO만의 고민은 아니다. 해외사업을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대다수가 불어나는 누적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C사 CEO는 "중국만 하더라도 매장 하나당 연간 운영비가 5억~10억원이 든다"며 "이 돈을 투자해 가맹점을 운영해도 성공 확률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다 보니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가맹점을 개설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해당 업체도)이제부터 본격적인 고행길을 걷겠구나며 안쓰러워진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해외시장이지만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프랜차이즈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라 어떻게든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류와 함께 K-푸드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 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선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 지금이 국가 차원의 중장기 K-푸드 전략을 세울 때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자칫 한류 열풍에 급히 만든 지원 정책으로 대응했다간 속빈강정이 될 수 있다.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 스시처럼 중장기 지원 정책을 세워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기본에 충실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스테디셀러 업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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