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서비스 돌입 한 달이 다 되가는 펀드슈퍼마켓이 연착륙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개장한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열흘 남짓 밖에 안 되는 시점에서 가입 계좌 수가 7000개를 육박하고 있다. 하루 600개 정도 계좌가 신규 개설된다는 것인데, 이는 오프라인에서 펀드를 많이 판매한다는 시중은행의 두 배에 해당된다고 한다.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연휴 기간과 세월호 충격이라는 변수까지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의 초반 판매량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간접투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 전략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떨어졌는데 속 시원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펀드슈퍼마켓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낮은 보수와 다양한 상품 진용에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47곳이 취급하는 920개 펀드가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들도 펀드 비교와 검색이 용이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펀드온라인코리아 측은 신규 가입을 의뢰하는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콜센터 상담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
초저금리 시대 만만찮은 비용 절감 장치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상품을 가입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정기 판매 보수는 순자산의 0.34%로 오프라인 상품 보수인 0.89%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오프라인 펀드에서는 가입 및 해지 때 내야하는 1~2% 수수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언뜻 보기엔 큰 차이로 여겨지지 않지만 장기투자를 가정하면 상당한 차이로 이어진다.
실제로 연 평균 4% 수익률 낸다고 볼 때 10년간 오프라인과 온라인펀드 성과는 각각 35%와 43%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률 1%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근 세태를 감안하면 '펀드시장 판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재료다.
펀드슈퍼마켓의 초반 흥행이 반가운 것은 장기 간접투자문화 정착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일단 펀드슈퍼마켓을 찾는 투자자들은 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다. 원금손실 위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오프라인 창구 직원의 말에 휘둘려 가입했다가 부적절하게 차익실현 또는 손절매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상품 가입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수 년이 지나 성과가 입증된다면 펀드 투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공감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모처럼 형성된 흥행 포인트를 살리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저가형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다보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과거 수 차례 반복했던 실수를 또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덱스 펀드 등 일부 유형을 제외한 상품에 대해서는 전문 자문가들이 충실한 자문을 해줄 수 있도록 툴을 보강해줘야 한다. 여기에 운용 펀드매니저들의 성향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투자자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