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세월호서 잠자던 '필론의 돼지'

시계아이콘01분 19초 소요

[아시아블로그]세월호서 잠자던 '필론의 돼지'
AD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한 황금연휴의 마지막날인 6일 오후 세종시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휴 끝자락인 탓에 경부고속도로의 상행선과 하행선 모두 자동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운전석 바로 뒤 승객열의 맨 앞좌석에 있던 기자 눈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기자가 탄 버스 기사가 하얀 장갑을 낀 채 운전대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연신 들었다 놨다하는 것이다. 보니 반대차로에서 자신과 같은 소속회사의 버스가 지나칠 때마다 상대편 운전자와 손(手)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시내버스에서 비슷한 광경을 목격하기는 했었다.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버스기사의 손인사는 강남터미널을 빠져나가 톨게이트를 지나고 세종시로 들어가는 정안IC까지 거의 1시간10분 가량 계속됐다. 왼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거수경례하듯 관자놀이에 손을 데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 시간은 짧게는 2초 길게는 5초였다. 평균 3초. 반대편에 다가오는 고속버스가 워낙 많다 보니 1분에 평균 5차례가 넘었다. (100번까지 셌다가 이마저도 포기했다.)


1시간으로 치면 최소 120여차례다. 평균 3초면 360초다. 초당 28m를 기준으로 하면 1km다. 1km 가량을 시선을 반대편 차로를 보면서 한 손으로 운전한다는 말이다. 차량간 거리는 50m 이내였다. 자칫하단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있는 상황이었다. 기사들간의 손인사를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동료간의 상호격려인 동시에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그들만의 의식일 것이다.

세월호 트라우마였을까.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안에서 아무도 관심없는 버스기사의 손짓을 제지하는 것이 옳을까. 운전 중에 말을 걸어 손동작을 중지시키는 게 옳을까, 아니면 기사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는 게 오히려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까. 결국 이런 저런 생각만하다 버스를 내렸고 나중에서야 버스회사 고객게시판에 글을 몇 자 적는 것으로 자기 합리화의 명분을 찾았다.


문득 이문열의 소설 '필론의 돼지'가 떠올랐다. 소설에서 철학자 필론이 여행을 위해 탄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큰 폭풍우를 만났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철학자 필론은 거기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배 한 쪽에서 돼지 한 마리가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필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돼지 흉내를 내는 것 뿐이었다. 소설에 담긴 의미와 별개로 기자에게는 세월호 참사도 수 많은 필론의 돼지들이 만들어낸 참극으로 느껴졌다.


다시 온 나라에 '안전'이 화두다. 안전은 보이지 않는 곳,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미리 돈과 조직, 사람을 투자해야 한다. 경제성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 먹혀서도 안된다. 안전사고예방과 안전의식문화 확산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건 누구든지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기에 수없는 반복이 더해져야 습관으로 굳어진다. 안전에서 만큼은 필론의 돼지는 필요없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