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두 얼굴이 20일(현지시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FRB 내 대표적 매파인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향후 금리 인상은 월스트리트의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날 비둘기파를 대변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총재는 "금리 인상은 비교적 더딘 속도로 이뤄질 것" 이라며 상반된 입장에 섰다.
FRB 내부에 잠재해 있는 양측의 갈등은 향후 구체적인 출구전략 수립 과정에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플로서 총재는 이날 FRB의 출구전략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올해 3% 성장은 할 것"이라면서 "경제가 우리의 예상대로 회복될 경우 FRB의 대응 속도는 지나치게 느리고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FRB는 이제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좀 더 신속하게 움직여야한다"고 강조했다.
플로서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CNBC는 이날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160포인트까지 급락한 배경엔 플로서의 강경 발언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더들리 총재는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플로서 총재와 다른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더들리 총재는 재닛 옐런 FRB 의장 등과 함께 비둘기파다.
그는 이날 "경기회복 속도와 금융시장 반응을 고려해 금리 인상 시기가 결정되겠지만 아마도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들리 총재는 "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면 (인상 속도를) 다소 앞당길 수 있겠지만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시기로 "양적완화 종료 후 상당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옐런 의장의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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