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세계적인 경기부양책은 글로벌 경제를 금융위기의 늪에서 끌고 나온 구세주였다. 미국의 양적완화에서부터 유럽의 국채매입, 중국의 통 큰 경기부양책,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이르기까지 국가별로 형태는 다 달랐다. 하지만 죽어가는 경제를 돈을 풀어 살린다는 점에서 내용은 유사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위기 구렁텅이에서 벗어난 각국의 과제는 '부양중독'을 끊는 것이 됐다고 최근 분석했다.
지난해 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첫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통화 정책 실험이 끝나간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2008년 이후 5년간 3조달러(약 3150조원)가 넘는 돈을 시장에 풀었다. 사상 유례 없는 정책이었다. 효과는 분명했다. 주가는 뛰었고 기업들의 이익은 늘었다. 실업률은 떨어졌고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회복됐다.
충분한 효과를 봤다고 판단한 FRB는 자산매입 규모를 850억달러에서 450억달러까지 줄였다. 돈 줄을 죄는 것은 돈을 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낮은 모기지 금리에 길들여졌던 미국 부동산 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3%대 초반이었던 미국 30년만이 모기지 금리는 최근 4.5%까지 올랐다. 모기지 수요도 줄고 있다.
FRB는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예정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그마나 바닥을 치고 회복중인 미국의 실물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의 돈 거둬들이기는 이미 신흥국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다. 지난해 여름 '버냉키 쇼크'와 올해 초 대규모 자본유출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형적인 양적완화 금단 증상이다.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즈니스위크는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 체질 개선은 '달갑지 않지만(unpalatable)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4조위안(약 659조6000억원)을 시장에 투입했다. 이 자금들은 은행들을 통해 초저금리로 기업과 지방정부 등에 살포됐다.
이 덕분에 중국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났다. 그 대신 신용버블과 과다부채, 부동산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얻었다. 이제 중국은 성장둔화를 감수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디폴트 증가 지방정부 파산, 그림자금융 붕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는 1989년 버블 붕괴 이후 영구적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었다. 이를 살린 것이 무제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다.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이 회복되는 등 열매는 달았다. 하지만 지불해야하는 대가는 컸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37%까지 늘었다. 갚아야하는 빚이 경제 덩치의 두 배가 넘었다는 뜻이다.
일본은 17년만의 소비세 인상이라는 처방을 들고 나왔다. 소비세 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경기부양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는 무턱대고 추가 부양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빚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수확대와 함께 정부 지출 축소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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