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1990년대 패션잡지를 장식하며 여고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던 '언니들'이 극장가 점령에 나서 눈길을 모은다. 네 명의 여인들은 어느덧 어엿한 배우로 성장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휘젓고 있다.
먼저 1998년 키키 전속모델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신민아는 2014년 영화 '경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배우 박해일과 호흡을 맞추며 엉뚱하면서도 수상한 남녀의 만남을 재치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신민아는 잡지모델로 활동할 당시 김민희, 김효진, 배두나 등과 함께 큰 인기를 모았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방송에 진출하며 배우로 변신했다. 어느덧 10년 이상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네 명의 여배우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오는 6월 12일 개봉되는 '경주'에서 신민아는 베일에 싸인 미모의 찻집 주인 공윤희 역을 맡았다. 전통찻집 아리솔을 운영하는 공윤희는 기품 있고 우아한 외모와는 달리 알고 보면 엉뚱한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한다.
7년 전 보았던 춘화를 찾아온 최현(박해일 분)이 대뜸 춘화의 행방을 묻자 윤희는 그를 변태(?)로 오해하지만, 이내 의외로 순수한 최현의 모습에 차츰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신민아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더 깊이 있고 성숙해진 연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김민희는 이에 앞서 6월 5일 '우는 남자'로 돌아온다. '우는 남자'는 '아저씨'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으는 작품.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던 킬러 곤(장동건 분)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타겟 모경(김민희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곤은 임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여자 모경으로 분한 김민희는 애끓는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열연했다. 과거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한 김민희는 특유의 시크한 이미지와 패셔니스타로서 인기를 끌었으나 연기력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후 영화 '화차' '연애의 온도' 등을 통해 엄청나게 성장한 내면 연기를 보여줬고,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화차' 이후에는 쏟아지는 시나리오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정도. 관객들 역시 '우는 남자'에서 장동건과 보여줄 뜨거운 호흡에 기대가 크다.
김효진은 오는 29일 개봉되는 '무명인'에서 일본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호흡을 맞췄다. '무명인'은 죽은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혼란에 빠진 한 남자가 사건의 진실을 쫓던 중 자신의 기억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파격적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김효진은 진실을 추적해나가며 극에 긴장감을 선사한다. '돈의 맛' '결혼전야' 등으로 물 오른 연기력을 과시했던 그가 보여줄 또 한 번의 변신에 관심이 모인다.
뿐만 아니라 배우 유지태와 오랜 기간 연애 끝에 결혼한 김효진은 현재 임신 중이며 오는 8월 출산 예정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겹경사를 맞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패션잡지를 주름잡던 '언니들' 중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이는 배두나다. 22일 개봉예정인 '도희야'에서 파출소장 영남 역을 맡아 가슴 절절한 연기를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개성 있는 마스크와 섬세한 연기로 호평 받고 있는 그는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주피터 어센딩' 등에 출연,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도희야'는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벌이는 소녀 도희(김새론 분)의 잔혹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를 그린 영화다. 배두나는 말 못할 상처를 안고 작은 섬마을로 좌천된 파출소장 영남으로 분해 2년 만에 한국영화로 복귀한다.
극중 배두나는 짧은 단발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스크린을 휘젓는다. 제복을 입은 절도 있는 모습 뒤에 숨겨진 그의 사연은 더욱 아픔을 배가시킨다. 배우들의 열연과 세밀한 연출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인정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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