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지난 13일 기상청 차장에 새로운 인물이 임명됐다. 기획재정부 국장급 간부의 기상청 차장 임명. 다소 이례적인 인사였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다른 부처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낯선 광경은 아니지만 기상청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은 기술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직으로 역대 차장들은 대부분 내부 인사가 승진 임용됐다. 세번째 차장을 맡았던 윤성규 현 환경부 장관만 환경부 인사가 이동해서 보직을 맡았다.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에 있던 기상청이 환경부 산하로 옮겨진 첫 해였다.
이를 제외하면 기상청 차장 자리는 늘 내부 직원의 몫이었다. 그 자리에 기재부 출신 인물이 앉았다. 정홍상 전 기재부 대외경제협력관이 주인공이다.
이례적인 인사에는 기상청 개혁 작업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인사 청탁과 납품비리 척결을 목표로 '창조개혁기획단'을 출범하고, 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전임 이일수 청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들을 제거하고, 개혁의 고삐를 죄려는 작업이었다. 지난해 9월 고윤화 기상청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7개월여의 시간이 지나도록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 차장 영입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에게 개혁 작업을 마무리 짓는 역할을 맡긴 셈이다.
정 차장의 경력도 기상청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정 차장은 기재부 대외경제협력관으로 일하면서 녹색기후기금(GCF)과 관련해 재정과 관련한 업무를 맡아서 했다. 기상청이 기후변화를 측정하고,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통해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실무 작업을 하는 만큼 업무에 관한 개괄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회계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내부관리와 재무위험을 줄이는 절차에 관한 업무를 주로 맡았다. 그는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기상청의 장비 구입 절차나 회계 절차 등에서 그의 경험과 지식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차장은 "기상청에 장비 구입 등과 관련해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주로 절차를 매끄럽게 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발생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 객관적인 전문가를 구성해 합의체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DB에서 회계국장으로 했던 경험 등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직 개혁과 관련해서는 "최근 기상청 개혁을 위해 만들어졌던 창조개혁기회단이 막 활동을 끝냈다"면서 "조직개편 내부안은 거의 만들어진 상태이고, 이를 어떻게 적용시킬지에 대한 문제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매절차나 업무 절차의 개혁은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정 차장의 기상청 차장 임명 소식은 기재부에서도 고무적인 일로 회자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기재부 고위공무원이 다른 부처에 승진, 이동한 사례는 정 차장 인사 이전에는 단 한 번 밖에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 인사적체도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번 인사가 기재부 내부 인사에 숨통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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