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1996년과 1997년, 연거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프로야구 해태(현 KIA)의 포수 최해식(46). 챔피언 반지 두 개를 챙긴 '안방마님'이었던 그가 사업가로 변신해 지금은 '대박 중국집' 사장님으로 불린다.
그가 중국음식점을 연 것은 2004년 2월. 내키지 않은 시작이었다. 아내가 별안간 음식점 계약서를 내밀었을 때는 하늘이 노랬다. 최 씨는 "집 사람 성격상 아기용품이나 화장품 가게를 낼 줄 알았는데 덜컥 중국집을 하겠다고 하더라. 눈 앞이 캄캄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그렇게 광주 운남지구에 80㎡ 규모로 문을 연 '최고루'는 10년 만에 지역을 대표하는 중국음식점이 됐다. 광주 시내에 점포만 열다섯 곳. 점포를 관리하는 직원만 열다섯 명에 연매출은 10억원에 이른다. 그는 "중국집을 시작하고 면 밀고 프라이팬 잡는 걸 처음 배웠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며 웃었다.
대박 중국집이 되기까지는 후배들의 도움도 컸다. 개업 초기 후배들이 보내준 사인볼은 손님을 끌어모으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됐다. 특히 이종범(44·현 한화 주루코치)의 사인볼은 금세 동이 날 정도였다.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야구는 여전히 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다. 경기장도 자주 찾는다. 옛 동료들과 추억을 나누고 후배들에 조언도 한다. 중국음식점을 시작하던 해에는 광주지역 케이블방송 야구 해설위원도 맡았다. 최 씨는 "현역일 때와 마찬가지로 해설을 할 때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최 씨는 군산상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해태로 이적해 2000년까지 현역생활을, 2001~2003년에는 배터리코치를 지냈다. 그래서 고향팀인 KIA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선동렬(51·현 KIA 감독)의 일본 진출과 김성한(56·전 한화 수석코치)의 은퇴라는 전력 누수에도 우승을 일궈낸 1996년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에게 KIA의 붉은 유니폼은 자부심이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를 열 번이나 우승한 최고 명단구단"이라며 "후배들이 자부심을 갖고 더 끈끈한 경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9일 현재 6위(16승 21패)에 머물러 있는 팀에 대해서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조급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강팀의 조건으로는 '좋은 포수'를 꼽았다. 그는 "좋은 포수는 투수와 야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차분하면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선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에는 투수의 심리상태를 재빨리 파악하고 평소에는 타자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포수 후배들에게는 공격적인 투수 리드를 강조했다. 도망가는 공을 요구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승부하는 배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자들이 볼카운트 0-2나 1-2에서 당연히 유인구가 올 줄 알고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미 없이 공을 빼는 것보다는 공격적으로 승부를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최 씨는 1남 1녀를 뒀다. 광주 진흥고에서 투수로 뛰고 있는 아들 최상인(17) 군은 아버지에 이어 야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185㎝·87㎏의 체구에서 시속 140㎞의 직구를 던진다. 올해 고교 주말리그 전반기(전라권)에서는 세 경기에 출전해 9이닝을 던지며 8개 안타를 맞으며 승리 없이 1패를 기록했다. 고교 졸업 후 프로 무대 진출을 준비 중이다.
최 씨의 바람은 상인 군이 친정팀인 KIA에 지명을 받아 마운드에 서는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직구 구속이 좋은 편"이라며 "상인이가 KIA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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