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이도, 줄 이도 없어…하루 평균 조문객 절반 가까이 줄어
[안산=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 만 지네…"
살아 있었다면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했을 단원고 교사들은 끝내 답이 없었다. 대신 영정 앞에 작은 카네이션 바구니와 '스승의 은혜' 가사를 담은 편지만이 놓여 있었다. 자녀들 대신 학생 유가족들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희생 교사의 부모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눈물만 흘렸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에 찾은 안산 합동분향소.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조문객은 크게 줄고 있다. 정부합동 장례지원단에 따르면 하루 평균 조문객은 4000여명 수준으로 지난주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단체 조문객이 없으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몇 번이고 분향소를 다시 찾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죽음이 잊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분향소를 거듭 찾는다"고 말했다.
안산 주민 배승호(57)씨는 5일째 합동분향소에 매일 오고 있다. 그는 희생자 이모(17)군의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린 생명들의 죄 없는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배씨는 "전에도 몇 번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봤지만, 아직도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희생된 아이들이 마치 일회용처럼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아서 (합동분향소를) 찾아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고 최초 신고자인 고(故) 최덕하(17)군 등 100여명의 학생과 교사의 유골이 안치된 안산 하늘공원에도 '아이들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학생들의 유골함에는 '○○아, 퇴원하고 연수원에서 외출 나와서 찾아왔어. 보고 싶다', '○○○야, 지금 그곳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니'와 같은 편지가 생전 단란했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수북하게 붙어 있었다. 누군가는 희생자들이 좋아했을 법 한 초콜릿과 사탕을 붙여 억울하게 희생된 학생들의 넋을 기렸다.
한참 더운 오후3시께 찾았는데도 몇몇 시민들은 학생들의 안식처에서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조문객들이 붙여놓은 편지를 하나씩 읽어보고 있었다. 그는 사진 속에서만 밝게 웃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자꾸 나서 말을 못 하겠다"고 자리를 떴다. 하늘공원 관계자 역시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봉안당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유가족들도 계시지만 조문객들도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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