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중재기구 구성' 관련 입장차에도 협상 시작…큰 진전 보일 지 주목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이르면 28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백혈병 직원 논란과 관련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제3의 중재기구' 구성과 관련해 그간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이견을 보였지만 일단 양측 모두 전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한 만큼 7년여를 끌어 온 백혈병 논란 해결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16일 "반올림이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이른 시일내에 대화를 갖자는 제안을 15일 삼성전자 측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앞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처음으로 백혈병 직원에게 공식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백 전무는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이달 안으로 복수의 날짜를 정해주면 그 중에 가능한 날짜를 정하겠다고 알려 왔다"며 "이에 삼성전자는 5월28일과 29일 이틀을 정해 반올림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짜가 정해지면 당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직접 대화에 참석해 가족과 반올림측에 지난 14일 발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모든 산업재해 행정소송에 대한 보조참가도 철회해 대화를 위한 전향적인 분위기를 마련했다.
백 전무는 "현재 참여 중인 행정소송 4건, 9명에 대한 보조참가를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15일 법원에 보조참가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며 "이로써 삼성전자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모든 산재 행정소송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불승인 판정에 대한 총 10건의 소송 중 4건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왔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번 보조참가 철회가 장기간 쌓였던 불신의 벽을 허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백혈병 논란 해결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반올림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전자 측에 제안한 '제3의 중재기구' 구성에 이견을 나타내면서 향후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권 부회장은 14일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겠다"며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 대상 등 필요한 기준을 정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후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님을 지난달 14, 17일 두 번에 걸쳐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그런데도 삼성은 반올림이 중재기구를 제안한 것처럼 또다시 주장하니 유감"이라고 언급, 협상에 난항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가 전향적인 자세로 백혈병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반올림이 화답하면서 7년여를 끌어오던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논란도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했던 반올림과 유가족 측에게 권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를 했고 이후 양측이 대화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은 큰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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