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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증시]역(逆)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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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환율 네자릿수가 위협받으면서, 시장이 바짝 얼었다. 환율급락(원화강세)은 코스피와 일반적으론 '역의 상관관계'에 있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썩 좋지 않은데다 가파른 환율 급변동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단은 당국의 강력한 환율개입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칠 지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변준호 BS투자증권 연구원 = 경험적으로 주식 시장과 원·달러 환율은 강한 역의 상관을 갖는다. 원화 강세는 국내경기 펀더멘탈의 양호함을 보여주는 것이고 글로벌 측면에서도 위험 자산의 강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국내 주식도 그런 측면에서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원화강세의 상황에서 증시는 상승하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오히 려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 이것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강세로 진행된 것과도 유사한 것인데 이례적이다.

최근 원화와 국내 주식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라는 수급 측면에서의 (원화가 강세인데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파는)이례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는 ‘실적’ 변수가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주식과 환율 사이에는 경기와 실적이라는 변수가 끼어 있다. 이 중 실적 변수가 과거와 달리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대체로 국내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보합내지는 상향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하향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KOSPI와 원·달러환율간의 상관계수(월 Data 기준)는 2000년 이후 -0.45, 2009년이후 -0.9이다. 그런데 KOSPI 12M F. EPS와 원/달러환율간의 상관계수 역시 2009년 이후 -0.84로 매우 높다.


지난 4분기 실적 쇼크 이후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하향이 연초 이후 지속되어 왔고 4월 이후 최근까지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른 추가 하향이 진행되어 왔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증가율이 과거와 같이 높지 않고 실적 전망이 다소 부정적인 상황에서 원화강세는 수출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기준선을 빠르게 하회함으로써 원화 강세에 따른 실적 하향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환율과 주식 사이에 실적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원화 강세가 경기 및 실적 호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셈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 = 달러·원의 앞으로의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당국과 역외시장참여자들 사이의 심리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달러·원이 글로벌 달러 동향에 반응하는 정도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 그 정도가 약해지고 있는데 그 약해진 배경에 역외시장참여자들의 강력한 달러·원 매도가 있었다. 글로벌 달러의 경우 미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더라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연결되지 않음에 따라서 좀처럼 강세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요즘의 동향이다. 특히나 어제 저녁에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처럼 예상보다 부진한 결과가 나올 때는 더욱 더 달러를 매수해야 하는 명분은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시장은 달러화 자체보다는 상대통화들의 움직임에 따라 달러화의 방향성이 수동적으로 정해진다고 볼수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요즘 가장 변동성이 큰 통화는 올해 말에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파운드화와 6월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는 유로화다. 그렇지만 이 두 통화는 현재까지 원화에게 이렇다 할 만큼 뚜렷하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원화에게 영향을 주는 해외 위험통화들은 달러화 대비 박스권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 해외 위험통화들과의 움직임을함께 한다면 달러·원은 1020원대에서 시장 자율적으로 지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역외시장참여자들이 다른 해외통화들 보다는 원화를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매수하는 경향을 최근 들어 보여왔고 이 때문에 오늘 당국의 강력한 실 개입 이후에 역외시장참여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 점이 달러·원의 방향성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 지난 9일 정부 관계자가 “시장 쏠림을 유발하는 투기적 움직임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구두 개입을 한 데 이어 14일 달러화 매수를 통해 적극 개입에 나선 것은 직전일 원·100엔 재정환율이 심리적 기준선인 1000원을 하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13일 원·100엔 환율이 999.4원까지 떨어져 2008년 8월 이후 원화가 엔화 대비로는 가장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과도할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동원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원화 추가 강세의 대내적 요인이자,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경상수지 흑자이다. 월별 누적액으로 2000년 이후의 경상수지 추이를 추적한 결과, 올해 3월말 경상수지 흑자액은 151.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기록했던 연간 798.8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로는 6.1%에 달하는 것으로, 1분기와 같은 흑자 누적 속도가 유지된다면 작년의 흑자 규모를 능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아공이나 터키와 같은 신흥국의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 대비 6~8%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한국 원화의 견고한 펀더멘털이 더욱 부각될만하다.


원화 강세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정부의 개입이 동원될 여지가 있음을 강조한바 있다. 저환율 자체는 중장기적으로 수입물가 하락을 가져와 소비에 긍정적이지만, 가파른 원화 강세로 인한 금융시장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내수와 투자 심리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후에도 원화 강세가 빨라질 경우 속도 조절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1000원 이하의 환율에서는 적극적인 개입도 예상 가능하다. 14일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은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앞서 재차 언급한 요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최근 우리가 제시했던 올해 연말 1020원, 내년말 1000원 환율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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