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화하는 강풍에 구름갤러리의 압박, 11년 간 공 525개 수장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죽음의 17번홀'.
8일 밤(한국시간)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이 대장정에 돌입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ㆍ7215야드)의 마지막 승부처다. 파3의 아일랜드홀이지만 전장이 137야드에 불과해 사실 9번 아이언이면 충분하다는 게 오히려 아이러니다.
선수들은 그러나 수없이 많은 공을 수장시키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바람과 홀을 빽빽이 둘러싼 '구름 갤러리'의 환호, 우승에 대한 중압감까지 더해져 평소의 리듬과 템포를 잊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샷이 속출하는 이유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집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4803차례 티 샷한 공 가운데 무려 10.9%인 525개가 물에 빠졌다.
2007년이 최악이다. 443차례 가운데 93차례나 공이 워터해저드로 날아갔다. 마지막 날 다잡았던 우승컵을 날린 선수도 허다했다. 폴 고이도스(미국)는 2008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의 연장전에서 티 샷이 물에 빠지면서 분루를 삼켰고, 가르시아는 다시 5년 뒤인 지난해 티 샷이 두 차례나 워터해저드로 직행하면서 순식간에 4타를 까먹어 타이거 우즈(미국)와의 우승경쟁에서 밀렸다.
2011년 '탱크' 최경주(42ㆍSK텔레콤)의 샷은 그래서 더욱 빛을 발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3m 버디를 잡아내 기어코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공동선두를 만들었고, 곧바로 속개된 연장전에서는 12m 거리에서의 첫 퍼트를 홀 1m 거리에 안전하게 붙여 '우승 파'를 잡아냈다. 톰스는 반면 최경주보다 짧은 6m 거리에서도 '3퍼트 보기'를 범해 2위에서 입맛을 다셨다.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난코스'다. 페어웨이 양쪽에 질기고 긴 러프를 길렀고, 코스 곳곳에 깊은 벙커를 배치했다. 막판 3개 홀이 가장 어렵다. 17번홀을 중심으로 앞에는 '2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짧은 파5의 16번홀(523야드)이, 뒤로는 왼쪽으로 휘어지는 파4의 18번홀(462야드)이 도열해 있다. 16번홀에서는 최소한 버디 이상, 17번홀과 18번홀에서는 파로 마무리하는 게 '우승공식'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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