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활발한 북핵 경고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3일부터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 장관은 연구기관 초청 연설과 양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윤 장관은 6일(현지시간) 낮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평화연구소(IPI) 초청 연설에서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신뢰외교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하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저지하고 핵과 운반 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어 "북한 당국은 정치적인 결정만 내리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라면서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강행한 유일한 국가인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그토록 반대하는 '제재의 고깔'은 유엔차원의 강화된 제재는 물론, 개별 회원국 차원의 광범위한 제재들을 촉발시킬 것이며, 이에 따른 제재는 북한에게 '견딜 수 없는 무게의 철모' 될 것이라고 윤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유엔 헌장을 상습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통일 한국은 안보 분야에 있어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중요한 안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부상하는 중국과 재기를 꿈꾸는 일본, 강경 행보를 보이는 러시아, 그리고 소위 핵·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추구하는 시대착오적인 북한으로 동북아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역사, 영토 및 해양 안보를 둘러싼 갈등은 자칫 오판 등에 의해 실제 군사적인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장관은 "게다가 잘못된 민족주의가 역사수정주의, 심지어 역사부정주의의 형태로 추악한 고개를 들면서 이 지역에서의 긴장을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하면 동북아 경제 번영의 근간마저 훼손되게 될 것"이라며 우경화 노선을 걷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의 일본을 간접으로 비판했다.
윤 장관은 하루 전인 5일에는 캐서린 애슈튼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가진 양자회담에서도 북한 제4차 핵실험과 중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관련,"국제사회가 예측하고 있던 4월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만약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할 경우 국제사회는 더 이상 북한 문제로 국제사회가 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이 문제를 완전히 종결할 정도의, 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윤 장관은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엔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한 점을 언급하면서 "만에 하나라도 북한이 잘못 판단해 도발한다면 상당한 엄중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게끔 안보리 이사국 주요 멤버들과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장관은 7일 유엔 본부에서 '유엔 결의안 1540호' 이행을 주제로 열리는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안보리가 2004년 4월28일 채택한 이 결의안은 테러리스트 등 비(非)국가행위자(테러집단과 개인)에 핵,화학,생물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조·획득·보유·운송·사용 등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관련 물질의 통제,위반시 형사·민사 처벌체계의 구축과 집행 이행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윤 장관은 1540호 결의 이행을 강조한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도 주도할 계획으로 있다. 정부 당국자는 "결의안 1540호는 북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공개 논의와 의장 성명에서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북한 관련 대목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