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후 2주 만에 선거운동을 재개한 김황식·이혜훈·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29일 2차 TV토론에서 애도 분위기를 신경 쓴 듯 발언과 행동에 조심을 기하면서도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세 후보는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TV토론에 출연한 것이 혹시라도 '선거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후보와 정 후보는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의식한 듯 차분한 옷차림에 나란히 노란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으며, 이 후보는 세월호 사고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직접 준비한 네버포겟(Never Forget) 뱃지를 달고 나왔다.
이 후보는 "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시장이 되겠다고 토론회에 나가나 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사고를 안타까워했고, 정 후보 역시 토론의 말미에 "세월호 참사로 마음이 아프신데 부담을 드리진 않았는지 정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세월호 침몰 사고 후 논란이 된 막내아들의 '국민 정서 미개' 발언에 대해서 토론 중 세 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세 후보는 토론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네거티브나 상호비방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안전사고 책임'을 두고 뼈있는 설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 후보를 겨냥해 "현대중공업은 최근 안전사고로 7명의 근로자를 희생시킨 안전 불감증이 심한 기업이고 원전 비리사고에도 연루돼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세월호 사고를 두고 "이번 사고는 불법, 편법과 탈법, 부도덕한 기업인의 탐욕, 그리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련 감독기관의 책임이 한데 어우러진 사고"라며 '기업 책임'에 무게를 뒀다.
그러자 정 후보는 "안전사고는 유족들에 심심한 사과를 드리지만, 특정 회사를 공개 토론에서 매도하는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부도덕한 기업인의 탐욕이라고 말했는데 기업인 전부를 매도하면서 정부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에 "감사원장 시기 해양조난사고가 3000여건이 일어났지만 안전감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장이 되어서도 이런 식으로 안전관리를 하면 서울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김 후보는 "제가 총리로 재직할 때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문제를 관장할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후보들은 공격적으로 상대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이것이 네거티브나 상호비방으로 보여 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후보는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현대중공업 사고를 거론 한 것에 대해 "상대방 진영으로부터 제기될 문제를 우리가 한번 잘 검증을 해야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문제 제기한 것"이라면서 "결코 이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 역시 "정치인들의 토론은 치고받고 싸우는 격투기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룰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토론이 상호비방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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