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지난 27일부터 단독 영업재개에 나선 KT가 첫날 가입자 유치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구형 아이폰4와 일부 자사 전용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대폭 인하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힘을 쏟아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통3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사업정지 처분으로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2사 영업정지, 1사 단독영업을 실시 중이다. 3사의 단독 영업기간 중 초기 번호이동 순증 을 29일 비교해 보니 KT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가입자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통3사가 각각 단독 영업기간이기에 번호이동 수치는 타사로부터 얼마나 가입자를 빼앗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KT는 지난 27일과 28일 총 2만2813건의 순증을 기록했다. 보통 주말 번호이동 실적은 전산망이 운영되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 월요일까지 3일간을 합쳐 집계되나, 지난 26일은 LG유플러스의 마지막 단독영업일이었기에 KT가 가입자를 모은 기간은 이틀이다. 하루 평균으로는 1만1407건이다.
앞서 SK텔레콤의 단독 영업기간에는 첫날인 13일 3970건, 14일에 5009건이었으며, 주말인 15~17일에는 총 1만3846건으로 1일 평균 4615건이었다.
그 다음으로 단독영업에 나선 LG유플러스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총 2만4336건으로, 1일 평균 8112건을 기록했다. 평균 번호이동 순증이 눈에 띄게 늘어나자 SK텔레콤에서는 LG유플러스가 사전 예약가입을 받고 가이드라인을 넘는 보조금을 투입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KT는 앞서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실적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의식한 듯 영업재개에 앞서 자사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S4 미니'와 '옵티머스GK' 출고가를 25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법정 보조금을 준수하면서 사실상 '공짜폰'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에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출시된 구형 '아이폰4'와 '아이폰4S'의 리매뉴팩처 물량(중고 재생품)을 역시 공짜폰으로 대거 풀었다. 이들 제품은 출시된지 20개월이 넘은 구형 3G 스마트폰이라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 보조금 조사 대상이 아니다. 아이폰의 경우 중고 가격이 비교적 높게 형성돼 여전히 인기가 높은 제품이기에 KT 입장에서는 중고 물량도 털어내고 가입자까지 합법적으로 유치하는 묘수를 꺼내든 셈이다.
KT는 경쟁사들의 단독영업 기간 동안 속수무책으로 가입자 약 14만명을 내주며 시장점유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영업재개에 앞서 "독한 마음으로 제대로 일해보자"라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경영 혁신을 위한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잔뜩 벼르던 KT가 초반부터 '독하게' 밀어붙이며 만회에 나서자 경쟁사들도 적잖게 당황한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강하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불만을 표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