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돈줄' 의혹도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과 특수 관계에 있는 한국제약이 이름만 제약사일 뿐 사실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인 김혜경 대표의 세모그룹 내 지배력을 앞세워 계열사들에 제품을 공급해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 전 회장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대외 로비에 나섰던 '검은 커넥션'의 한쪽 고리에는 한국제약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1981년 설립된 한국제약은 식품 및 제과 제조 판매업,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업목적에 의약품 제조가 있고 회사 이름에도 제약이라는 명칭이 들어갔지만 한국제약은 의약품과는 관련이 없는 회사다.
의약품 제조를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로부터 제조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제약은 정부에서 허가 받은 사실이 없다. 국내 최대 제약회사 단체인 한국제약협회 회원사도 아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한국제약은 제약협회 회원사도 아니며 의약품 제조와는 무관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라며 "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제조할 뿐 의약품을 생산하지 않는데도 제약회사 명칭을 사용해 오인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제약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스쿠알렌과 과실음료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해 다판다와 노른자식품 등 세모그룹 관계사들 위주로 공급해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판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한국제약에서 제조한 스쿠알렌과 알콕시글리세롤 등 상어 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유일하게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던 2010년 당시 매출액 53억원과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제약이 이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제약의 최대주주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모두 유병언 전 회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제약은 유병언 전 회장의 비서 출신인 김혜경 대표가 지분 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분 12%를 보유한 2대주주 유대균 씨는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이며, 지분 10%를 갖고 있는 3대주주 변기춘 씨도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혜경 대표는 세모그룹 계열사인 다판다의 지분 24%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이며 세모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지분도 6.29% 갖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이같은 그룹내 지배력을 활용해 한국제약에서 제조하는 제품을 계열사에 유통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제약회사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며 의약품 유통질서를 저해하고 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제약 역시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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