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절차 거치지도 않고 "심의했다"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다시 한번 울리는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던 정부가 '거짓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악성 댓글의 처리여부를 논의하는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심의를 진행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지난 23일 아시아경제신문은 악성 댓글 처리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네이버 뉴스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을 방송심의위원회에 신고했다. 신고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방심위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고자의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해당 게시물의 인터넷주소(URL), 신고내용을 간략하게 기입하면 끝난다.
결과 통보 방식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두 가지. 신고 후 이틀이 지났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회신이 오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결과를 조회해보니 '처리완료' 상태였다. 심의는 했지만 제재를 가할 수준이 아니어서 '해당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신고가 접수된 고유번호와 신고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심의팀 관계자는 "이 건에 대해서는 심의를 진행한 적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당 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왔냐는 질문에 그는 "처리 결과를 받고 문의하는 게 맞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결과적으로 심의도 하지 않은 신고 접수가 버젓이 심의를 거쳐 '해당없음'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앞서 방심위는 24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인터넷 악성 게시물 10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허술한 대응체계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정부가 자신들의 실적을 과대포장해 홍보하는 가운데 통심위도 실적을 부풀리다가 '거짓 대응'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꼴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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