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답답하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임명되지 않고 있는 야권추천 고삼석 상임위원 후보자를 두고 한 말이다. '답답하다'고 밝히는 최 위원장을 국민들이 오히려 더 답답해하고 있다. 5명의 상임위원(여권추천 3명, 야권 2명)이 합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방송통신위원회이다. 한 명의 상임위원이 임명되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된 방통위라고 할 수 없다. 고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격논란 때문이다. 방통위가 법제처에 물었고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에 재추천을 의뢰했다. 청와대는 임명장을 주지 않았다. '고삼석 매듭'은 꽁꽁 묶여 있다.
매듭을 푸는 방법은 딱 두 가지. 최 위원장이 청와대를 뛰어다니며 고 후보자는 국회 동의까지 거쳤기 때문에 임명해야 된다는 것과 국회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자격 문제가 있으니 빨리 재추천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국회와 청와대는 지금 '고삼석 매듭'을 못 푸는 게 아니라 안 풀고 있다. 이 점을 최 위원장은 알아야 한다. 풀 수 있는 사람은 최 위원장 밖에 없다.
미우나 고우나 야권 상임위원도 3년 동안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파트너이다. 20년 넘게 판사생활만 한 최 위원장을 두고 정치적 리더십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아직 많다. '고삼석 매듭'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개인적으로 답답하다" "하루 빨리 신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등 남의 일처럼 받아들이기는 것은 장(長)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
최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예정돼 있던 업계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를 다루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 답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그런 장(長)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 사람, 세금 낼만 한 공무원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세월호 침몰 초기 대응과 장관들의 행태를 두고 세금 낼만 한 공무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말이 확산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세금 낼만 한 공무원'에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