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에워싸고 3시간째 농성...20일 청와대발 행진 이어 또 다시 분노 폭발
[진도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에 억장이 무너진 실종자 가족들이 또 폭발했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만나 따지겠다"며 12km를 행진했던 가족들은 24일 두 차례에 걸쳐 행동에 나섰다.
발단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이뤄진 가족들의 사고 해역 구조 현장 방문이었다. 답답하다며 구조 당국에 요청해 현장을 찾은 가족들은 실제 구조 작업이 정부의 발표나 언론 보도와는 다른 점을 발견했다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전날 해경이 가장 물살이 느린 '조금' 때 24시간 인원을 투입해 구조활동에 나서겠다는 말을 믿었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니 해경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구조 당국은 오전 정조시간대를 맞아 오전9시15분부터 정조 시간이 지난 오후12시45분까지도 6~8명의 구조팀을 동시 투입해 교대로 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다 물살이 빨라지면서 오후 12시45분께 마지막 투입된 구조팀이 나오면서 객실 입구에 묶인 가이드라인이 빠른 물살로 유실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지휘부에 전했다. 이에 물때가 지났음에도 베테랑 요원 2명이 오후12시51분부터 오후1시4분까지 물속에 들어가 가이드라인 보강 작업을 하고 출수했다.
문제는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가족들이 이에 대해 "겨우 2명만 투입되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게 된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가족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진도군청에 차려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로 쳐들어갔다. "왜 수색 작업을 하지 않느냐"며 눈물 섞인 호소와 고함을 질러댄 가족들에게 대책본부는 오후 5시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이 직접 찾아가 구조 수색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는 말로 달랬다.
겨우 겨우 진정된 가족들은 팽목항 가족지원실에서 이 장관과 해경청장을 기다렸다. 그러나 오후 4시 30분께 온다는 해경 청장은 오지 않고 최창환 해경청 차장이 먼저 도착하면서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 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더 이상 당국을 믿지 못하겠다며 책임있는 담당자의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구조 수색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해경 측이 ▲ 4층 선미에 가이드라인을 1개 추가 설치할 것 ▲ UDT동지회 등 민간잠수부들을 구조 활동에 참여시킬 것 ▲ 구조 활동에 '머구리'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 등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 학부모는 "직접 사고해역을 방문했더니 500명은 커녕 5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날 오전 10시~4시 사이에도 작업 대신 바지선 교체에 시간을 허비했다" 고 해경 당국에 날을 세웠다. 이어 "투입하겠다던 머구리배도 한 척도 보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 동지회 관계자도 발언에 나서 "지난 주 금요일부터 바지선, 고가장비를 준비해 약 30명 이 목숨을 걸고 바다로 가겠다고 말했지만 묵살됐다"면서 "어제 자정에 해경 관계자와 통화를 했더니 보내지 않는 이유가 '학부모·유가족이 원하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주변 학부모들은 "우리가 언제 원하지 않았냐"고 해경 관계자들을 다그쳤다.
이에 대해 최 차장은 "유속이 빠른 상황인데다가, 민간 잠수부의 경우 줄이 엉킬 우려가 있다"며 "UDT동지회 잠수사들이 준비가 완료되면 배로 바로 오를 수 있게 하겠다. 저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가족들은 "믿을 수 없다. 오기로 했던 해수부장관·해경청장을 불러와라"고 소리쳤다.
이어 오후 5시20분께 이주영 해수부 장관·김석균 해경청장이 도착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분노'를 폭발시켰다. 김 청장이 먼저 나서 "기상환경이 좋지 않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을 반영해서 구조수색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지만 가족들의 불만은 더 거세졌다.
가족들은 이와 관련해 "내 아이가 나오기 전엔 갈 수 없다. 여기에 앉아 작업지시를 내려라"라면서 이 장관·김 청장을 둘러싸고 현재 3시간째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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