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면서 탈세·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54)이 항소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2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열린 이 회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관련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나 1심의 법리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건강문제를 언급하며 계속해서 불구속 상태로 공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이날 회색 목폴라티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마스크를 한 채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회장 측은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것에 대해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는데 1심은 이를 횡령죄로 인정했다”며 “서류를 폐기하고 은밀하게 돈을 관리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의가 없었고 실질적으로 발생한 손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검찰은 1심에서 일부 무죄로 인정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일부 조세포탈 혐의도 유죄로 봐야 한다며 “1심은 지나치게 낮은 형을 선고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회장은 CJ그룹 임직원과 짜고 620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일부 조세포탈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며 “피고인의 지위 및 역할,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22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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