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부도 거치며 아들들 소유 계열사로 돌아온 건물들
유병언 일가 전국 각지 부동산 등 국내만 수천억대 자산 주목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소유한 업체들이 한 데 모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세모타운'은 1997년 세모가 부도를 맞기 훨씬 이전부터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대법원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최대주주(32%)인 다판다가 역삼동 일대에 보유한 건물은 모두 5개. 2층짜리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이 모두 문진미디어빌딩(세모빌딩)과 인접해 있다.
문진미디어빌딩은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가 공동대표를 맡은 출판업체 문진미디어와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함께 입주해 있다. 이 빌딩은 지난 1989년 세모가 사들였다. 이후 세모가 부도를 맞은 1997년부터 채권단의 보존절차를 전전하다 2003년 문진미디어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2층짜리 건물과 문진미디어 바로 맞은편 지상6층 규모 건물 역시 첫 주인은 세모다. 세모는 1996년 8월과 10월 각각 명의신탁해지, 매매를 원인으로 해당 건물들의 소유주가 됐다. 두 건물 역시 세모가 부도를 맞으며 표류하다 2004년 5월과 9월 구모씨, 이모씨가 각각 지분을 절반씩 갖는 것으로 차례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다판다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사들이던 2012년 10월 두 사람으로부터 이 건물들을 사들였다.
인근 지상4층짜리, 지상5층짜리 건물은 다판다가 옮겨다닌 곳이다. 문진미디어에 더부살이하던 다판다는 2006년 3월과 11월 차례로 두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뒤 본사를 옮겨 2007년 이후 현재 주소에 머물러 왔다.
문진미디어 빌딩 옆에는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줄로 지목되고 있는 '세모신용협동조합'도 자리하고 있다. 세모신협은 유 전 회장 일가와 지분 관계가 있는 기업 다수의 대표이사를 배출한데다 아이원아이홀딩스, 세모, 문진미디어, 다판다 등에 자금을 빌려줘온 것으로 전해진다. 세모신협은 해당 건물을 낙찰받아 1993년 11월 소유주가 됐다.
비슷한 무렵인 1993년 12월 세모는 역삼동에 2층 주택을 사들였었다. 다른 건물들과 다소 떨어져 있는 이 주택도 세모가 부도를 맞으며 표류하다 다판다가 2005년 10월 되사들였다.
문진미디어, 이씨 등은 건물을 사들인 뒤 세모신협에 각 채권최고액 6억5000만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가 2~3년 뒤 해지하기도 했다. 구씨는 금융당국이 신협중앙회를 통해 여신을 조사 중인 한평신협에 채권최고액 7억8000만원, 5억4000만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가 3년뒤 해지했다. 한평신협은 구원파 신도들의 출자로 세워진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줄 가운데 하나로 의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삼동을 비롯 유 전 회장 일가가 전국 각지에 보유한 부동산은 공시지가상으로만 1800억원대. 실제 가치는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또 미국에도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 등 십수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법정관리 절차를 악용해 빚만 털어낸 뒤 그룹을 재건하려 했다거나 역외탈세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수사 및 금융당국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실체를 파악할지 주목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