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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자원봉사도 과잉되면 되레 가족들에 불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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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전남) =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로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진도를 찾아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숫자의 봉사원들이 몰려있고 이들을 총괄 지휘 할 체계가 부재한 탓에, 각종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22일까지 약 8000여명이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적십자, 의용소방대, 바르게살기협의회, 광주은행, 원불교, 대한조계종, 기독교연합회 등의 민간ㆍ종교 단체 회원들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음식ㆍ식수 지급, 청소, 시신 운구 등에 나서며 불철주야 가족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필요 이상으로 몰려 진도 실내체육관 및 팽목항 인근에는 통행불편, 쓰레기, 도난사고 등 각종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차량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목 양 옆에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대 천막이 설치돼 있어 이동에 불편을 주고 있다.


실내체육관 입구에는 과자, 음료수, 의약품, 세면도구 등을 나눠주는 테이블이 비치돼 있다. 그러나 좁은 문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며, 식사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이동에 불편을 겪는 실종자 가족들이 많다. 팽목항도 마찬가지다. 차량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목 양 옆에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대 천막이 설치돼 있다. 이 길목마저도 다수의 경찰이 진을 치고 있어, 한 실종자 가족은 "어디 구경났다고 왜들 이리 모여 있느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간혹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다.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한 실종자 가족은 떠들석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여기에 파티 하러 왔느냐. 뭐가 그리 즐겁다고 웃냐"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있다. 지난 16일부터 실내체육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윤희(25ㆍ여)씨는 "실종자 가족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상하게 봉사활동은 더욱 힘들어진다"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봉사하는 건지 자원봉사자들에게 봉사하는 건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다른 대학생 자원봉사자 김윤환(21)씨 역시 "사람이 너무 많아 짐을 나르는 데 불편하다"며 "이제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자원봉사자가) 그만 와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사람과 구호물품 등이 많아지면서 도난사고, 또는 이들 물품을 가져가는 '얌체족'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실내체육관 내에는 "지갑과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실종자 가족이 있으니 발견 즉시 알려달라"는 방송이 수 시간째 이어졌다. 해남에서 진도까지 왔다는 택시기사 김종문(46)씨는 "어제 구호물품 몇 박스를 몰래 차에 싣고 가는 택시기사를 봤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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