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부의 한국과 주변국에 대한 도발이 잇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침략행위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데 이어 국제사회의 반발과 우려에도 각료가 잇따라 참배하고 아베 총리도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군위안부) 강제연행을 놓고 말 바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국장 간 협의가 시작됐지만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하는 일본 정부의 잇따른 도발로 우리 정부와 국민이 요구하는 사죄와 배상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일본 국가공안위원장은 20일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앞서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도 지난 12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취임 1주년인 지난해 12월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 등 246만6000여명의 영령이 합사된 곳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도발은 아베 자신도 직접 감행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된 28일자 미국 시사잡지 타임(TIME)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고노(河野) 담화 수정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다시 주장했다.
이 잡지 28일자에 '애국자(The patriot): 아베 신조, 타임에 말하다'는 제목과 함께 표지인물로 등장하는 아베 총리는 고노담화 수정과 관련한 질문에 "집권 1기 아베 내각은 위안부 강제모집을 입증하는 정보가 없다고 결론(각의 결정) 내렸으나 다수 일본 국민이 이를 알지 못했고 국제적으로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7년 3월 제1차 아베 내각은 쓰지모토 기요미(민주)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들 중 군이나 관헌(官憲·관청)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각의 결정을 통해 밝혔다.
이는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를 모집한 사례가 많이 있고, 관청 등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고노담화 문구에 대한 '항변'이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4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아베는 또 인터뷰에서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가를 위해 무한한 희생을 한 영혼을 기리기 위해 야스쿠니를 방문해 참배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같은 도발에 대해 외교부는 각각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정부 입장을 통해 "후류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아베 내각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아베 일본 총리의 약속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국제 여론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서 일하는 각료들은 잘못된 역사인식과 역사 퇴행적 언행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주변들국과의 선린우호관계를 심각히 훼손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앞서 아베의 인터뷰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이미 인정한 바 있다"면서 "지난 3월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고언해놓고 이제 와서 제 1차 아베 내각의 서면 질의 답변서를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모순에 빠지는 자가 당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이어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강요된 '성 노예제'라고 판정한 1996년 쿠마라스와미, 1998년 맥두걸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와 2007년 미국 의회,유럽의회 결정 등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이같은 도발은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마지못해 한미일 정상회담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 개최에 응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다 오바마의 방일이 성사되자 안면을 바꾸고 '본색'을 더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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