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메이저리그의 '코리안 듀오'가 빛났다. 추신수(32ㆍ텍사스 레인저스)는 시즌 첫 홈런을 쳤고, 류현진(27ㆍ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은 무실점 투구로 시즌 3승째를 올렸다.
기분 좋은 소식은 추신수가 먼저 전했다. 추신수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3-0으로 앞선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쳤다.
2사 뒤 볼카운트 2-2에서 상대 선발 에라스모 라미레즈(38)의 시속 127㎞ 짜리 체인지업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비거리는 125m. 메이저리그 통산 105번째이자 올 시즌 16경기 만에 나온 시즌 첫 홈런이다.
추신수는 8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추가해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다섯 번째로 한 경기 2안타 이상을 치는 경기를 했다. 추신수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93(58타수 17안타) 1홈런 4타점 7득점 12볼넷이다. 추신수의 활약 속에 텍사스는 시애틀을 8-6으로 꺾고 9승(7패)째를 기록,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2위를 지켰다.
이날 나온 홈런은 불명예(?)를 씻는 계기도 됐다. 뉴욕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16일 '홈런이 없어 흥미로운 타자 10인'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팀당 14경기 내외를 한 현재 메이저리그 스타 중 홈런을 치지 못한 선수 열 명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추신수를 언급했다. 홈런을 곧잘 때리는 타자들이 개막 뒤 2주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해 팬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의미였다. 추신수는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홈런포를 날려 유쾌하지 않은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샌프란시스코로 원정을 떠난 류현진은 번뜩번뜩했다. 류현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112개. 볼넷은 1개를 내줬고, 삼진 3를 잡았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에서 2이닝 8피안타 8실점(6자책점)으로 악몽을 꾼 류현진의 통쾌한 복수였다.
삼진은 적었지만 위력적인 공으로 범타를 많이 만들었다. 5회까지 안타와 볼넷으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장타는 맞지 않았고, 연속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6회와 7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류현진은 팀이 2-0으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8회는 브라이언 윌슨(32)이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9회 등판한 켄리 젠슨(27)이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다저스는 2-1로 이겨 시즌 10승(6패)째를 거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두 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모두 원정경기였다. 11일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는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2승째를 거뒀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원정에서 15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홈경기와 비교해 승패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평균자책점이 높았다. 지난해 홈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은 지난달 23일 호주 개막전을 포함해 원정 네 경기에서 모두 무실점 투구를 했다. 3승을 모두 원정에서 따냈다. 지난달 31일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는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윌슨이 동점을 내줘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 큰 일이 벌어졌고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자신의 라커에 등번호 99번 대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의미하는 문구를 걸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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