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윤곽···항로 급변경에 중심 잃고 침몰
-사고당시 경력 1년 안된 3등 항해사가 운항···운전·판단미숙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가 사흘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사고 원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해경은 당초 암초 충돌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선장에 대한 해경의 강도 높은 조사 결과 조종사의 운전 및 판단 미숙 등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17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에 대해 오후 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는 사고 직전 방해물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해 오른쪽으로 90도 이상 급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당시 조타실에는 경력이 1년여밖에 안된 3등 항해사 박모(26ㆍ여)씨가 키를 잡고 있었으며, 이씨는 조타실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고 직전 누가 키를 잡고 있었느냐'라는 질문에는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다.
침몰이 진행되는 도중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 있어서도 이씨는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경 및 해수부에 따르면 이씨는 침몰이 일어난 직후 선원들에게는 대피하라고 지시했지만 안산 단원고 학생들 및 일반 승객들에게는 정반대의 지시를 내렸다. 16일 오전 8시58분께 선내 방송에는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어라. 선실에 머물러 달라"라는 방송이 나왔으나, 방송 직후 이씨와 선원들은 헬기 및 구명정을 타고 빠르게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급격하게 방향을 튼 것으로 인해 화물칸에 있던 자동차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157t 등이 중심을 잃고 요동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구출된 승객들이 "배가 침몰하기 직전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등 배 안에 묶여 있던 선적화물이 원심력에 의해 튕겨져 나가 침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수부 측은 추정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항적도를 보면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항해하던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8분 오른쪽으로 갑자기 방향을 급 선회했다"며 "이로 인해 배 안의 선적화물이 묶였던 상태에서 풀려나면서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승객 정원을 늘리기 위해 20년 이상 된 세월호를 과하게 개조한 것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선박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무리한 증축으로 배가 균형감을 잃어 사고 해역에서 급선회 시 침몰됐다는 주장이다.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당시 5997t 규모였으나 한 달 뒤 6586t으로 개조됐다. 이후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매입한 후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해 6825t으로 늘렸다. 객실 정원도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어났다. 한 선박업계 전문가는 "객실을 무리하게 늘려 배의 균형이 흐트러졌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운항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의 평형을 유지하는 '발라스트 워터(Ballast Water)'를 최소화해 운항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렇게 되면 배가 수심에 잠기는 정도가 약 3m 밖에 안 될 정도로 무게중심이 높아져 선회 시 배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한 해난사고 전문가는 "운항비용을 줄이기 위해 발라스트워터 가동을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배의 무게중심이 높아져 급 회전할 때 배가 넘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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