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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나노그래핀으로 달라질 미래의 일상

시계아이콘02분 38초 소요

유리창에서 TV가 나온다고?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2020년 6월 어느 날, 며칠 전 한국형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나로호에 이어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사체로 지구궤도에 정상적으로 안착해 우주강국의 꿈을 이뤘다. 김나노(남자, 50세)와 박그래핀(여자, 49세) 부부는 오붓하게 한 레스토랑에서 결혼 30주년을 즐기고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선 부부는 예약한 자리로 안내받는다. 레스토랑 탁자에는 주문을 위한 투명 디스플레이 메뉴판이 준비돼 있다. 보통 때는 유리인데 버튼을 누르면 전기가 들어오면서 디스플레이로 변한다. 요리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구미에 맞게 특별 주문할 수 있다. 어떤 것을 추가하고 어떤 것은 알레르기로 빼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 메뉴판으로 주문을 마치고 엔터를 누르면 해당 정보가 곧바로 주방으로 전송돼 요리사가 음식을 준비한다.

◆디스플레이 메뉴판, 나만의 슈퍼컴퓨터=김나노가 주문을 하려하자 박그래핀이 "잠시 만요. 제가 검색 한 번 볼게요"라며 제지한다. 박그래핀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태블릿PC를 꺼내 이 레스토랑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태블릿PC는 10년 전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속도가 20배 빠르다.


그래핀을 이용한 초박막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속도는 20배 빨라졌는데 크기는 작은 '박그래핀 만의 슈퍼컴퓨터' 역할을 한다. 박그래핀이 태블릿PC의 특정 버튼을 누르자 그동안 이 레스토랑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와 레스토랑에서 판매한 음식의 수량 등 데이터들이 수집된다. 이어 곧바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낸다. 약 5분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음...오늘 저녁은 날씨가 조금 덥죠?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몇 년 동안 6월에 이 레스토랑에서 많이 팔린 음식은 양파와 치즈를 곁들인 스프와 토마토, 감자를 가미한 스테이크였네요. 이걸로 할까요?"


김나노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디스플레이 메뉴판에서 양파 스프와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김나노는 토마토를 싫어하기 때문에 토마토를 빼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박그래핀은 "감자 많이 넣어달라고 하세요"라며 남편에게 부탁한다. 어둠이 찾아오면서 길거리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가로등은 모두 나노 태양전지를 접목시킨 LED 전등이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창문이 없는 듯 깨끗하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레스토랑 창문은 나도 기술을 이용해 자동세척은 물론 긁힘 방지용 유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신문, 살아 움직이는 액자=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맛있게 먹고 있는 중간에 집에 있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박그래핀 씨는 팔찌처럼 얇게 생긴 '손목 전화'를 켠다. 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엄마! 배고파! 집에 먹을 거 없어? 라면 끓여 먹을까?"


박그래핀은 아들에게 "라면 말고, 지금 냉장고 문 열어봐"라고 말한 뒤 '손목 전화'의 특정 버튼을 누른다.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과 냉장고 안을 볼 수 있는 영상이 반으로 나뉜다. 아들이 냉장고 문을 열자 냉장고 안에 있는 각종 재료들이 박그래핀의 손목 전화에 나타난다.


아들(고2)이 연 냉장고 안에는 계란과 양파, 토마토소스 등이 보인다. 박그래핀은 "아들! 일단 계란을 붙이고 양파를 잘게 쓴 뒤 토마토소스를 곁들여. 밥에다 참기름 넣고 비빈 뒤에 계란을 얹고 소스를 얹으면 맛있는 오므라이스가 될 거야"라고 설명한다. 아들은 "알았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는다. 박그래핀은 라면을 자주 먹는 아들이 걱정됐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그 사이에 김나노는 종업원에게 부탁해 이른바 '해리포터 신문'을 읽고 있다. 나노그래핀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신문이다. 액정이 종이신문처럼 휘어지고 접을 수 있다.


그 시각 박그래핀의 말대로 집에서는 아들이 계란을 붙이고 있다. 엉성하지만 오므라이스를 준비한다. 아들이 엉성하게 요리를 하는 사이 벽에 걸려있던 액자의 사진이 움직인다. 액자에는 4계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벚꽃이 피어나는 봄, 시원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계곡의 여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여주는 가을, 지리산의 눈 내리는 겨울 등의 모습의 영상이다. 계란을 붙일 때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시원한 여름이더니 밥을 비비고 탁자에 앉아 먹으려고 할 때 액자의 영상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가을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있으면 액자에서는 눈이 내릴 것이다.


식사를 마친 박그래핀은 남편에게 "내일 주말인데 어디 놀러 갈까요?"라고 묻는다. 김나노 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온갖 기계 속에만 살고 있는 것 같아"라며 "내일은 이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을 오르면서 '느리게 걷기' 해보는 게 어때?"라고 답한다. 박그래핀은 웃음으로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정종오 기자 ikokid@


◆나노·그래핀 기술이란?


나노는 10억분의 1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1nm는 10억분의1m를 가리킨다. 나노는 전자현미경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세계이다. 그래핀은 연필심의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결합 형식을 띤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이다. 초미세 세계인 나노와 전자이동이 활성화되는 그래핀이 만나면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진다.


지금 디스플레이 대부분은 딱딱한 고체이다. 나노와 그래핀이 결합하면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것은 물론 투명한 디스플레이까지 가능하다. 이른바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세계'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초소형 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크기는 아주 작지만 10배 처리속도가 빠르다.


디스플레이에 있어 기술적 혁명이 가능하다.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전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연구팀이 잇따라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다결정에서 단결정 그래핀 합성방법을 개발해 내고 평범한 유리창에서도 TV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나노그래핀이 몰고올 디스플레이 혁명에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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